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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월례강연회 ②

원력은 건강한 동기 키우는 힘…선정·지혜, 본래 내 안에 있어

▲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스트레스관리 : 긍정심리접근

긍정심리는 마음챙김될 때 가능
내면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없이
무조건적 긍정성 강조는 폭력
긍정심리, 문제 원인제거에 초점

지난 강연에서 스트레스는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이것을 인지하고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스트레스가 만들어지는 것임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인지하는 것은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특히 내가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대의 행동이 악행 또는 선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는 곧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 이것은 행복증진, 웰빙증진의 포괄적 방법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관리는 마음챙김과 긍정심리훈련으로 구성된다. 마음챙김은 명상과는 조금 다르다. 명상은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우리가 원래 평화롭고 행복한 존재임을 회복하는 것이다. 명상은 생각의 기준점을 잡는 것과 같다. 생각과 욕구를 잘 쓰기 위한 기준점, 즉 영점을 잡는 방법으로써 명상이 필요한 것이다. 기준점이 잘 잡혀 있을 때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가 본래 평화롭고 행복한 존재임을 자각함으로써 우리의 생각을 잘 사용하는 것이 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에 비해 마음챙김은 나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서 마음챙김을 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도 가능한 것이 마음챙김이다. 내가 화를 내고 있는지, 짜증이 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긍정심리훈련은 마음챙김을 통해 알아차린 욕구와 생각을 잘 씀으로써 우리의 삶을 증진시키는 훈련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동기를 발견하고 조화롭게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서원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긍정심리는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의 기초가 닦여있지 않다면 긍정심리라는 건물을 올릴 수가 없다.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긍정성만 강조하는 것은 때로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욕실에 곰팡이가 폈다고 생각해보자. 이 곰팡이를 닦기 위해서는 세제, 솔, 물 등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이용해서 곰팡이라 닦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는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더 강력한 세제를 쓰거나 더 효과가 좋은 솔을 사용하면 곰팡이가 생기는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이처럼 약이나 치료기법을 이용해서 스트레스라는 곰팡이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존 심리학, 심리치료의 방법이었다. 문제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긍정심리는 문제 자체와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춘다. 더 좋은 세제나 솔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기를 시키고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양 또는 한의학의 접근방법과도 굉장히 유사하다. 한의학에서는 ‘진기가 있는 곳에 사기가 살지 못하다’는 말이 있다. 긍정적인 심리가 확장되면 부정적인 심리에서 유발되는 스트레스는 자연히 줄어들거나 소멸한다는 것이다. 즉 내면의 긍정적인 동기를 발현시키고 성장시켜 행복을 증진시킴으로써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긍정심리적인 접근법이다. 이처럼 건강한 동기를 키워나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자비수행과 웰빙인지 기법이다.

자비수행은 생각을 이용해서 ‘따뜻한 나’를 키워나간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자비명상과는 차이가 있다. 자비수행에는 나를 위한 ‘자기자비’와 타인을 위한 ‘타인자비’가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건강, 평화, 행복, 성장을 빌어주는 것이 자비수행의 방법이다. 나 자신을 위해 건강, 평화, 행복, 성장을 빌고, 그 다음으로는 타인의 건강, 평화, 행복, 성장을 빌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 타인이 나를 위해 건강, 평화, 행복, 성장을 빌어주는 모습을 상상하는 방식으로 수행한다.

동양에서는 자와 비를 분리하지 않는다. 자(慈)는 대상에 대한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대상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다. 비(悲)는 대상이 겪는 고통을 깊이 공감하며 상대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상대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게 되면 그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자와 비를 분리하지 않는다.

웰빙인지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 사고방식을 말한다. 각 종교의 가르침이나 스트레스의 성격 등을 묵상하는 훈련도 웰빙인지기법이다. 내 주변 사람과 나의 인연이 지중함을 떠올리는 것도 웰빙인지기법이다. 타인의 행동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결과적으로 상대는 악업을 짓게 된다. 반대로 그의 행동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자신을 위한 훈련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은 선업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내면에 상처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공감하는 연습을 통해 이 생각이 깊어진다면 내가 갖고 있는 고통은 자연스럽게 반감된다.

웰빙인지는 자비수행과 병행할 때 상승효과가 난다. 또한 자기자비와 타인자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생각을 잘 쓰는 습관이 돼 있어야 나와 타인을 위해 자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하고자 한다. 하지만 내 뜻과는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예상하지 못했던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고통을 받아들이고 서원을 통해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인경 스님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명상상담의 이해

스트레스지수 상승·불안감 확대
명상·치유에 관심 높아지는 이유
알아차림·머물기·지켜보기 등
명상상담, 임상결과로 효과 확인

명상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이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통계를 살펴보면 2000년대 이후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주제의 책 출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명상을 주제로 한 강연이나 관련학과의 개설도 급증하고 있다.

힐링과 명상이 급속도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로 지속적인 불경기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 상승을 꼽을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확대된 것이다. 또 하나 소통의 부재다. 혼밥족의 증가와 핵가족의 붕괴로 대변된다. 2016년 우리나라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7.9%로 이미 2인가구 비율을 넘어섰다. 1인가구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SNS의 보급 등도 오히려 소통부재를 불러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안심리를 가중시켰다. 정신건강을 악화시킨 것이다. 명상, 치유, 치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원인이다.

이런 현상들은 청년들에게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살률과 장기 미취업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명상이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 내 생각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을 내려놓는 것, 내 안에 보석이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이다. 앞선 강의에서 우리는 이미 이런 명상을 알고 있고 경험해 왔음을 살펴봤다.

주말집중명상수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이란 무엇인가’를 조사했다. 그들의 대답은 매우 다양했다. 명상을 ‘알아차림’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4명, ‘고요’ ‘안정감’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16명이었다. 그런가 하면 ‘주의집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4명, ‘이완’ ‘감정조절’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8명이었다. 또 4명은 ‘통찰’, 3명은 ‘맑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맞는 대답이다.

초기경전에서는 명상을 ‘오근’에 근거해서 설명하고 있다. 믿음과 노력을 바탕으로 알아차림, 집중을 통한 선정, 통찰을 통한 지혜를 개발시키기 위한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본래 없는 것이기에 알아차림과 선정, 지혜의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불교는 배우는 불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승불교, 특히 유식불교에서는 믿음과 노력을 ‘의욕’과 ‘승해’로 표현한다. 특히 승해는 뛰어난 이해, 즉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를 뜻한다. 이를 바탕으로 알아차림, 집중을 통한 선정, 통찰을 통한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는 설명은 초기불교와 같다. 하지만 유식불교에서는 불성이라는 기반 하에서 이것들이 이미 우리 안에 구족해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미 내재돼 있는 알아차림, 선정, 지혜를 잘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발견해서 쓰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배우는 불교였던 초기불교와 달리 대승불교는 가르치는 불교다.

나는 알아차림, 선정, 지혜를 알아차림, 머물기, 지켜보기라는 단어로 바꾸어 명상의 절차를 정의한다. 명상은 실천이기 때문에 선정을 위한 집중은 머물기, 지혜를 위한 통찰은 지켜보기라는 구체적인 행위의 용어로 표현한다. 가르치는 불교, 실천하는 불교이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명상에 더욱 적합하다. 이를 ‘염지관(念止觀)’이라 한다.

이러한 명상 과정은 사진 찍기에 비유할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찍을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 알아차림의 과정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것이다. 찍을 대상을 확인했으면 그 대상에 시선을 고정하고 초점을 맞춰야 한다. 머물기의 단계다. 머물기는 초점을 맞춰서 그 대상을 선명하게 이미지화 시키는 것이다.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었으면 그 다음은 찍은 결과를 보며 잘 찍혔는지, 어떻게 나왔는지 등을 확인한다. 대상의 변화를 지켜보기다. 통찰하고 해석하는 단계다.

그렇다면 명상은 정말 치료 효과가 있을까. 조현증을 앓고 있는 23살 환자의 사례다. 환각증상이 있는 환자였다. 3살 때부터 얼굴을 향해 투척물이 날아오는 환상에 시달렸다. 이 환자에게 염지관을 시행하도록 지도했다. 우선 눈을 감고 투척물이 날아오는 장면을 기억하게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괴롭히는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하는 알아차림의 단계다.

잠시 후 환자는 인상을 찡그리며 괴로워했다. 투척물이 얼굴로 날아와서 “죽을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잘하고 있다. 죽지 않는다. 그것이 날아와도 넌 박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고 말해주며 직접 머리를 만져보게 함으로써 안심시켰다. 환자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게 함으로써 대상을 피하지 않고 집중하게 했다. 잠시 후 환자는 “방안 멀리, 벽 같기도 하고, 장롱 같기도 한 곳에서 투척물이 날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에 시선을 고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머물기의 단계다. 그렇게 머물기가 가능해진 다음에는 지켜보기의 단계를 통해 환자는 자신을 괴롭히던 투척물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다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2, 3차례에 걸친 명상상담을 통해 투척물이 날아오는 것 같은 환각을 완전히 소멸시켰고 그 후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알아차림, 머물기, 지켜보기를 통한 명상상담의 치료효과는 이와 같은 임상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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