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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거룩한 세종의 역경사업’ ② - 이병주, 1983년 ‘불교사상’

기자명 법보신문

세종이 지은 찬불가 ‘월인천강지곡’

또한 세종은 숭유억불책에 어긋나는 ‘석보상절(釋譜詳節)’을 증수하는 신중까지 보였다. 이 ‘석보상절’은 당나라 때 성행한 속강(俗講)과도 같이 변상도(辯相圖)까지 덧붙인 조심을 보였다. 곧 불경 가운데서 가장 흥미있는 대목을 골라 이야기를 하듯 상용어의 문답체를 빌어 정음의 효용도를 굳히고 나아가서는 부처의 거룩을 되새겨 교화를 베푼 기막힌 영단이었다.

580여장에 달하는 노래
음악으로 포교한 슬기로움
한글 효능 확인 위한 정략

가령 아득한 옛날 선혜(善慧)와 구이(俱夷)의 꽃사연에서부터 석가모니의 탄생담, 그리고 아우 선용(先容)의 출가연기(出家緣起), 목련존자(木蓮尊者)의 효성 이야기, 도야(闍耶)와 비도야(毗闍耶)의 모래 보시 이야기, 아육왕의 8만4천탑 조성기, 그리고 법익(法益)의 괴목(槐木)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가하면 중간 중간에다 ‘아미타경’ ‘무량수경’ ‘지장경’ 그리고 ‘법화경’ 등을 삽입하여 장엄을 다했으니, 이는 모두가 대중의 교화와 깊이 연관되는 경건한 편집방법이다. 여기에 연기설화만도 ‘안락태자전(安樂太子傳)’을 비롯하여 ‘보은경(報恩經)’에서는 ‘인욕태자전(忍辱太子傳)’과 ‘녹모부인전(鹿母夫人傳)’ 등까지 고스란하다.

이 거국적인 정음 보급책은 단박에 이루어지진 않아 몇 번의 시행착오도 없지는 않았다. 곧 한자의 음을 반절(反切)로 다는가 하면, 정음으로 단 한자위주의 표기인 ‘석보상절’이 있기도 하다. 또한 정음에다 한자를 작은 글자로 다는 정음위주로 표기한 ‘월인천강지곡’도 있고, 또한 아예 국한문혼용으로 쓴 ‘용비어천가’도 있다.

그런데 실은 ‘용비어천가’만도 진작 한문으로 엮어 번역의 형식을 취해 노래를 앞세웠고, ‘석보상절’ 역시 이미 전하는 ‘석가보(釋迦譜)’에다 우리에 맞는 사설을 보태서 ‘증수석가보’를 짓게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번역했던 것이다. 특히 이 사업을 수양대군(뒤의 세조)에게 전담시켜 수행케 하였고, 아울러 당시로는 대표적인 큰스님은 물론 김수온 같은 큰선비까지 두루 동참케 하는 배려이었다.

여기에 건국과 더불어 비롯된 대대적인 국고정리(國故整理)의 물림상이 찬란한 꽃을 피게 하였고, 또한 집현전 학사들의 총동원으로 이룩된 보탑(寶塔)이었다. 그래서 당대의 고승대덕을 양주 회암사에서 서울 정동(현 덕수초등학교)에 초치하여 증의(證義)와 교정까지 맡게 했던 것이다. 특히 신미(信眉) 스님의 아우인 김수온의 업적이 두드러졌음은 당시의 실록이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이 사업은 사뭇 국력을 기울인 어문정책이었음을 알게 한다.

▲ 전 동국대 교수
이렇게 이뤄진 ‘석보상절’을 받아들은 세종은 그 줄거리를 바탕으로 ‘월인천강지곡’을 손수 지어냈으니, 이 노래가 바로 찬불가(讚佛歌)인 것이다. 이 ‘월인천강지곡’은 무려 580여장에 달하는 악장체(樂章體)의 노래로 강설로 법문하는 불교가 아닌 노래로서 체득하게 하는 짐짓이었다. 곧 음악을 이용한 포교도 슬겨웠지만 우리말과 글자의 효능을 가지껏 밝힌 세종의 정략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도를 세움에 있어 예악을 중시하는 유교의 이념과 상통하는 교화였다.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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