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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10.27기념관 조계사 건립 백지화 검토

  • 교계
  • 입력 2018.04.24 10:13
  • 수정 2018.04.24 10:50
  • 댓글 13

총본산 성역화불사와 분리
법난기념관 이전 건립 추진
천정부지 치솟는 땅값 원인
‘기부채납’ 비판여론도 부담
강남 봉은사, 대체부지로 거론

 10.27법난 기념관 등이 포함된 조계종 총본산성역화 조감도.

조계종이 서울 조계사 총본산성역화불사와 함께 건립하기로 했던 10.27법난 기념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본산성역화불사와 10.27법난 기념관 건립을 분리해 총본산성역화불사는 종단의 장기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되, 10.27법난 기념관 건립은 조계사가 아닌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조계종은 사업진척이 더딘 10.27법난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열고, 사업예정지 이전에 무게를 두고 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조계종은 종단 소유토지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이 10.27법난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일차적으로 토지매입에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또 기념관 건립을 위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정부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해 다시 토지소유권을 ‘기부채납’하는 사업방식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은 것도 조계종으로서는 부담이다. 때문에 10.27법난 기념관 건립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조계종의 입장이다.

법보신문이 10.27법난 기념관 건립 토지매입현황을 확인한 결과 종로 견지·수송동 일대 사업예정지 21필지 가운데 조계종이 매입한 곳은 3필지에 그쳤다. 지난 2016년 8월말 조사에서 2필지를 매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8개월 동안 1필지를 매입하는 데 불과했다. 이는 사업계획이 공개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땅주인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토지매입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5년 9월 발간한 ‘10.27법난 기념관 건립 사업계획적정성 검토보고서’에서 사업예정지 토지보상비로 공시지가의 2배 정도를 예상했다. 그러나 조계종이 토지매입에 착수하자 토지소유자들은 공시지가의 5~6배를 부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10.27법난 기념관 사업예정지 실소유자들은 매도가로 3.3㎡당 8000만원~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도로변에 위치한 부동산의 경우 이보다 많은 2억원(3.3㎡당)을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토지매입에 따른 실무협상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내부에서는 10.27법난 기념관을 건립하면서 종단이 토지를 매입한 뒤 그 소유권을 다시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조계종은 2015년 6월 10.27법난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난기념관 건립 예정지 매입을 정부의 민간자본보조 예산으로 조계종이 직접 매입하되, 매입된 토지를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 사업비 1670여억원(국고 및 자부담 포함) 가운데 토지매입비로 769여억원을 수시배정예산으로 책정했다. 수시배정예산은 조계종이 사유지에 대한 토지매매계약의 약속이 이뤄지면 그때그때 배정한다는 의미다. 오로지 조계종의 노력으로 땅을 매입해야 하고, 매입하더라도 그 소유권이 국가로 귀속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조계종에 불리한 협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비록 10.27법난기념관 건물에 대한 소유권과 운영권을 갖는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조계종이 국가 소유의 땅위에 건립된 기념관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는 영구적 가치를 갖지만, 건물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건물 노후에 따른 구조 변경 등 건물 활용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때마다 조계종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같은 구조는 장기적으로 조계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보조로 진행되는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은 자칫 특정종교의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행사에서 공식 사과했던 것처럼 10.27법난은 국가권력이 자행한 반인권적 사건이었다.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민주화운동처럼 10.27법난 기념관은 국가가 나서 불행했던 과거사를 정리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그럼에도 조계종이 숙원사업이었던 조계사 총본산성역화 사업과 함께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종교의 지원으로 왜곡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조계종이 10.27법난 기념관 사업예정지를 변경하고 총본산성역화사업과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도 이런 이유다.

총무원 안팎의 말들을 종합하면 조계종은 현재 10.27법난 기념관 대안부지로 강남 봉은사 주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27법난 기념관의 상징성과 규모를 감안하면 봉은사 주변이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다만 봉은사 일대가 공원지역으로 묶여 있어 각종 인허가에 제한이 많은 만큼 논의 과정에서 다른 지역으로 재차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도심의 유휴지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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