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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알레르기와 물

기자명 강경구

물 한 잔 마시는 데에도 생활 개혁이 필요하다

알레르기에 대한 상담을 하면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로 수분 섭취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조가 저 북방 초원지대에서 유목하고 살던 체질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 아시다시피 초원 지대에는 물의 절대량이 부족하다. 몽골족, 터어키족, 만주족 등 소위 알타이 어족처럼 우리 민족도 그러한 지방에서 물을 아껴 먹다가 남방으로 남방으로 따뜻한 한반도로 내려온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수분 섭취가 적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알레르기 환자 수분 소모량 많아
일반인 보다 2리터 더 섭취해야
충분한 수분섭취 체내 대사 촉진
생활방식 바꿔야 수분 섭취 가능

알레르기 이야기를 하다가 수분섭취 이야기를 하니 의아해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알레르기 질환은 대부분 엄청난 수분을 소모한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어느 알레르기 연구자가 알레르기 환자의 수분 필요량을 측정해 보니 놀랍게도 정상인보다 2리터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콧물 등 액체 형태 외에도 콧김, 두통, 얼굴열 등 체열로 증발하는 수분도 엄청나다. 이렇게 알레르기는 대량의 수분을 소모하고 증발시킨다. 지금부터 물이라도 많이 열심히 마시자. 그것만으로도 알레르기 증상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몸의 대사를 촉진하고 피로 물질을 줄여준다. 물을 많이 마시면 알레르기로 인한 열이 내려가고 목 염증도 잦아든다. “이렇게 수분이 대량 소모되는 질환에서 잘 낫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응답자의 99%가 “물을 많이 먹어야지요”라고 정답을 말한다.

하지만 일생상활을 살펴보자. 우선 아침에는 출근을 할 때 음료수 한 병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가야 좋다. 수시로 수분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퍼에서 사건은 벌어지고 만다. 어떤 것을 살지 고민만하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금방 나와버린다. 그리고 나서 버스를 타고 나서야 다시 생각이 날 것이다. 이것도 엄청나게 치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의 경우에만 해당될 것이다. 바쁘게 시간 맞추어 버스 타고 회사에, 또는 학교에,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치열한 생존 경쟁에 몰입하게 된다. 자판 두드리다 커피 마시기도 바쁘고 눈을 쉬느라 눈 감고 스트레칭할 시간은 있어도 밥 먹을 시간은 없다. 밥 먹기도 바쁜데 물 마실 틈이 어디 있을까? 점심이 되면 이젠 ‘수분 다량 섭취’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오전에 상사한테 들은 견책, 업무 분야 일, 친지한테서 들은 최신 정보, 앞으로의 업무 계획 등에 정신을 빼앗겨 더 이상 ‘수분’의 ‘수’자도 기억 못한다.

그래서 상담자가 의뢰인들을 30여년 간 치료해 오면서 느낀 점은 병이라는 것은 고치면 되는데 사람은 자기 생활방식 한 가지도 고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앎은 앎으로 끝내고 자기는 자기대로 사는 방식이 대중의 삶이다.

때문에 “물 많이 드세요”라는 간단한 처방 속에도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자기 개혁이 내포된 것이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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