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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기상천외 수법에 복장물 도난 경주 기림사 소조삼신불상

기자명 이숙희

국보급 ‘금니천룡탱화’ 훔치고 불상은 훼손

▲ 기림사 소조비로자나삼존불상, 조선 16세기, 높이 335cm.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419번지 기림사 대적광전에 봉안된 소조삼신불상은 1997년 3월17일 불상의 복장물이 도난당하였으나 다행히 되찾아 왔다(사진 1). 이 사건으로 인하여 기림사 비로자나불상의 복장에서 나온 고려, 조선시대의 사경과 판본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불상과 복장전적들은 모두 보물 제958호와 제959호로 지정되어 있다.

1993년 이어 1997년 또 도난
대적광전 침입 드릴·칼로 구멍
국보급 등 복장물 몽땅 훔쳐가
2년 후 문화재절도범 검거 때
기림사 복장물 범인 잡고 회수

실상사 철조보살좌상 도난 후
복장물 사라진 불상만 돌아와
서울 보문동 보문사 목조불상
범인 검거 후 복장물까지 회수

기림사 소조비로자나불상의 복장전적은 이전에도 도난당하여 되찾아온 적이 있다. 1993년 12월5일 문화재 전문절도범들이 기림사 유물전시관 진열장 유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깨뜨린 다음 훔쳐갔는데 이 사건도 같은 범인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당시 기림사 주지스님은 “대적광전에 봉안된 삼존불상 중 왼쪽에 있는 높이 3m의 소조 노사나불상 왼쪽 팔꿈치와 밑부분이 손이 들어갈 정도로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들이 불상을 훼손한 뒤 안에 있는 귀중품을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사고가 난 대적광전은 그 전해 12월부터 보수공사 중이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해 왔으며 삼존불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판으로 가려둔 상태였다. 중앙의 소조비로자나불상 복장에서 나온 54권 17책의 경전은 대부분 조선 중종연간(1506∼1544)에 쓰여진 것이다. 그중에는 고려시대 사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1348년 고려 후기에 제작된 ‘상지은니대반야경’과 ‘백지금니불경’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림사 소조불상의 복장물을 도난당한지 2년 후인 1999년 3월22일에 국보 및 보물급을 포함한 문화재 200여점(100억대 상당)을 도굴하거나 훔쳐 밀매한 문화재 전문절도범 9명이 적발되었다. 서울지검 형사5부는 그중 경주 기림사의 불상을 깨뜨려 복장유물을 훔치거나 고분을 도굴해온 손모 씨와 김모 씨 등 문화재 절도범 6명을 구속 기소하였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1997년 3월 경주 기림사에서 소조비로자나삼신불상 중 석가모니 불상의 몸통에 드릴과 칼 같이 예리한 도구로 구멍을 뚫은 뒤 불상 내부에 들어있던 ‘금니천룡탱화(金泥天龍幀畵)’와 금사 및 비단조각, ‘부모은중경’ ‘묘법연화경’ 7책, 그리고 ‘능엄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등을 훔쳤다고 한다. 또한 ‘금니천룡탱화’는 국보급으로 평가되며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귀한 문화재라고 밝혔다. 손씨는 1996년 2월 전라남도 순천시 선암사 불조전(佛祖殿)에 들어가 후불탱화를 칼로 오려내 훔친 협의도 받고 있었다. 손씨를 비롯한 절도범들은 수배 중인 이씨로부터 풍수지리로 묏자리와 보물 매장터를 찾아내는 방법 등을 전수받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문화재를 도굴하였다. 이들이 훔치거나 도굴한 문화재 중에는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금관, 청자오리연적과 같은 뛰어난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검찰은 “문화재 전문절도범 중 1인자로 꼽히는 손씨가 대전에서 부인 명의로 ‘고당(古堂)’이라는 골동품상을 운영하였고 주 고객이 일본인이었던 점에 비춰 상당수의 도굴문화재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 실상사 백장암 철조보살좌상, 고려 후기, 높이 50cm. ‘되찾은 문화재 되살린 문화재’(불교중앙박물관, 2012).

기림사 소조삼신불상은 복장물에 의해 1564년(명종 19)에 중수된 조선 초기의 불상이며 현존하는 소조불상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예로 밝혀졌다. 법신인 비로자나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아미타불상과 약사불상이 배치된 삼신불(三身佛)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삼신불은 화엄사상을 바탕으로 중국 당대 9세기에 성립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유입되어 유행하였다. ‘화엄경’에서는 법신 비로자나불상을 가운데 두고 화신 석가불상과 보신 노사나불상을 좌우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기림사 소조삼신불상은 모두 3m가 넘는 대형의 불상이다. 손의 형태만 각각 다를 뿐, 크기나 얼굴표현, 신체비례, 법의의 착의법 등에서 거의 유사하다. 이 삼신불상은 전반적으로 머리와 다리에 비해 상반신이 장대하여 비례가 맞지 않는다. 머리 위의 육계는 높고 큰 편이며 중앙에 작은 계주가 놓여 있다. 약간 네모난 얼굴에는 가늘게 뜬 눈과 뭉툭한 콧등이 표현되었으며 얼굴에는 표정이 없으나 종교적인 엄숙함이 엿보인다. 유난히 넓고 당당한 어깨와 가슴은 건장하면서도 경직된 모습이다. 왼쪽 어깨 위에 접혀 있는 옷자락과 왼쪽 무릎 위 나뭇잎 모양의 옷자락은 고려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조선 전기의 불상에서도 보인다. 반면에 가슴 위에 수평으로 입은 내의와 주름 표현, 두 다리 사이로 무겁게 늘어진 옷주름은 조선 후기 불상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 보문사 목조석가삼존불상, 조선 후기. 보문사 제공.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실상사 백장암 법당에 모셔진 철조보살좌상(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66호)도 1997년 5월 도난되었다가 같은 해 9월에 보살상의 복장만 털린 채 되돌아왔다(사진 2). 철조보살좌상은 높이 50cm로 머리에 쓰고 있던 높은 보관이 없어진 상태이다. 전반적으로 얼굴이 몸에 비해 큰 편이어서 둔중한 느낌을 주며 개금도 두껍고 표면이 약간 거칠게 처리되었다. 머리카락은 위로 틀어 올린 상투모양으로 앞머리가 표현되었고 양쪽 귀를 한번 감싼 뒤 어깨 아래까지 길게 내려와 있다. 얼굴은 넓적하며 이마와 턱이 좁게 표현되어 있어 후덕한 인상이다. 몸에는 여래식의 옷을 걸치고 있는데 드러난 가슴 위에는 세 줄로 구성된 목걸이, 양 무릎 위에 표현된 영락장식 등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경상북도 안동 봉정사 목조보살좌상이나 영덕 장륙사 건칠관음보살좌상, 경기도 양평 용문사 금동보살좌상 등 14세기의 고려 후기 보살상과 비교할만하다. 수평으로 입은 내의와 내의 왼쪽 끝에 장식된 치레장식 역시 고려 후기의 보살상에 나타나는 요소이다. 내의의 치레장식은 중국 당대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송대, 요대 보살상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실상사 백장암 보살상은 복장물을 도난당하지 않았다면 조성시기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 고려 후기 보살상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불상과 복장물이 도난당한 경우 되찾아온 예가 거의 없지만 최근 모두 돌아온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2007년 3월22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사 대웅전 봉안된 조선 후기의 목조석가삼존불상 중 본존 석가불상과 협시 보현보살상을 도난당하였다(사진 3). 그리고 복장유물만 없어진 채 불상들만 회수되었다. 석가불상은 사찰 주변에서 발견되었고 보현보살상은 택시에 실려 보문사로 돌아왔다. 불상의 복장물을 훔친 범인들이 판로가 막히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상만 되돌려 준 것일까? 다행히 당시 불상의 도난과정이 CCTV에 찍혀 범인들을 추적하여 붙잡고 복장물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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