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의 꿈 안고 떠나왔지만 만신창이 몸뚱이만
청운의 꿈 안고 떠나왔지만 만신창이 몸뚱이만
  • 조장희 기자
  • 승인 2018.04.27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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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벅지에 박힌 쇠심을 뺐지만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회한에 젖어 다리를 응시하는 타투 바루아씨.

방글라데시 이주민 바루아씨
20년간 가족 뒷바라지에 헌신
한국인 사장에게 사기 당하고
스트레스로 간질병·다리 부상

방글라데시 이주민 타투 바루아(40)씨는 요즘 한숨이 더욱 잦아졌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청춘을 바쳐 일했지만 그에게 지금 남은 건 불구가 된 다리와 간질병이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고 싶지만 한국인 사장과 소송이 끝나지 않아 출국조차 할 수 없다.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나온 때를 회상하면 눈물만 차오를 뿐이다.

1998년 입국해 김포지역 주물공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근처 외국 식료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심장이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와 동생 4명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5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동생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없이 뿌듯했다. 하지만 비자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에 머물기는 어려웠다. 막내 동생의 학업 뒷바라지와 결혼자금까지 마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외국 식료품가게 사장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자고 제안을 했어요.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없이 좋은 제안이었기에 사기인줄도 모르고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죠.”

한국인 사장은 사업비자를 만들어줄테니 돈을 달라고 했다. 당시 비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돈보다는 훨씬 적은 금액이었기에 한국어로 적힌 서류에 사인을 했다. 비자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빚이었다. 한국인 사장은 사업비자를 만들어준다고 했던 돈보다 4배의 값을 요구했고 이 돈은 월급에서 빼겠다고 했다.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그렇게 큰 돈을 줘야했다면 사업비자를 받지 않아도 됐다. 5년동안 성실하게 일했기에 다시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돌아오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사장은 터무니없이 많은 비용 2000만원을 요구하면서 사업장 대표를 바루아씨로 등록했고 세금도 물게됐다. 거기에 집세까지 떼면서 한달에 70여만원을 지급했다. 하루 12시간 많게는 16시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렇게 2004년부터 10년을 일 하면서 그는 점점 지쳐갔다.

“고향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동생들이 모두 커서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방글라데시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장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계약파기로 고발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면 신혼집을 마련해주겠다고 구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머무르기엔 몸도 마음도 탈진상태였다. 그는 출국 결심을 굽히지 않았지만 고향으로 가는 길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공항에서 사업장 벌금이 남아있다며 출국을 금지시켰다.

너무나 분했다. 한국인 사장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식료품 가게의 매출은 바루아씨가 근무하고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격려금은커녕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비용을 대기 위해 재활용센터, 화훼농장, 일용직을 전전했다.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을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지럼증이 일상생활에서 종종 나타났다. 이는 큰 사고로 이어졌다.

재활용센터 일을 할 때 수거해온 옷가지와 신발들을 정리하다 어지럼증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병원치료를 해야했기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퇴원 후 일용직을 전전하다 화훼농장에 들어갔다. 농장 청소를 하던 어느 날, 마대자루 한가득 쓰레기를 담아 치우고 있었다. 창고로 쓰레기를 옮기던 중 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물건들을 건드렸다. 온갖 것들이 쓰러지면서 다리로 무너져 내렸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온 몸에 붕대가 감긴채로 침대에 묶여 있었다. 간호를 해주던 지인은 전신마취 후 수술을 했고 한번 다쳤던 오른쪽 허벅지 뼈가 부러져 이번엔 쇠심을 박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억울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지속됐습니다. 가장 안정을 취해야 할 시기였지만 화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니 죽음의 공포도 밀려왔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바루아씨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간절해졌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도했던 힘이 남아있어 가장 힘든 순간에 다시 부처님을 찾게 됐다. 매일 부처님께 발원했다.

“마음이 나쁜 곳으로 가지 않게 해주세요.”

병원에서 퇴원을 했지만 한국인 사장과의 소송은 여전히 계속됐다. 이주민센터에서 백방으로 뛰었지만 일부 승소, 일부 패소 했다.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았던 때 사장이 들이밀었던 서류에 사인을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몸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 그렇게 다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2달 전부터 허리와 목이 망치에 맞은 것처럼 아프고 손도 저려왔다. 병원비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해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디스크였다. 허벅지에 박힌 핀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어지럼증의 원인이었던 뇌전증도 발견됐다. 다시 병원에 입원해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퇴원날짜도 확정하지 못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바루아씨. 점점 더 아파오는 몸과 하루하루 쌓이는 병원비에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김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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