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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내전 위기 부르는 ‘가짜뉴스’

  • 기자칼럼
  • 입력 2018.04.30 10:06
  • 수정 2018.05.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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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스리랑카가 또다시 내전위기에 직면해 있다. 불교도가 절대 다수인 싱할라족과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타밀족 간의 내전이 종식된 지 이제 불과 30여년이다. 그런데 또다시 전쟁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에는 이슬람교도와의 충돌이다.

스리랑카는 전체 인구의 75% 가량을 차지하는 싱할라족, 15% 가량의 타밀족 외에도 이슬람교를 믿는 9.2%의 무어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다종교 국가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점차 대두되기 시작한 싱할라 민족주의가 타밀족과의 충돌로 확산되며 30여년 이상 내전을 겪어야 했다. 2009년 내전 종식 후 지난 10년간 스리랑카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으며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여전히 헌법상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고 공식행사에서조차 불교의 우월적 위치를 인정하는 행태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곤 한다. 남방 상좌부불교의 종주국이라는 자긍심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종교차별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30여년의 내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정서적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불교도와 이슬람교도의 대립양상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타밀족 힌두교도와의 갈등이 식민지배라는 왜곡된 역사가 낳은 결과물이었던데 비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슬람교도와의 충돌에는 ‘가짜뉴스’가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불교사원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불교도를 죽이기 위해 독약을 준비했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싱할라족의 경계심과 분노를 무차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가짜뉴스를 검증하고 차단하려는 일부의 노력은 민족주의와 종교적 믿음까지 가세된 맹신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국가의 운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이다.

우리나라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참석한 행사에서 남긴 문장을 악의적으로 조작해 ‘남남갈등’을 부추길 목적으로 유포된 가짜뉴스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가짜뉴스가 횡횡하다 보니 많은 시민들이 가짜뉴스 검증에 나름의 노하우를 쌓으며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돼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이를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이 여전히 일정한 의도를 갖고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두려움을 넘어선다. 그들은 진정 우리사회의 갈등과 충돌, 아니 내전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것인가.

 

 

 

 

▲ 남수연 기자
부처님은 지옥에 태어나는 열까지 악행으로 살생, 도둑질, 간음, 거짓말, 두 말, 거친말, 꾸밈말, 탐욕, 성냄, 그릇된 소견을 손꼽으셨다. 가짜뉴스는 진실을 죽이고 훔쳐 욕보이는 것이다. 그 자체로 거짓말이며 두 말이고 거친 말이자 꾸며진 말이다. 그 속에는 탐욕과 성냄과 그릇된 소견이 담겨있다. 그것을 만들고, 유포하고, 조장하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namsy@beopbo.com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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