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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 내려놓는 쉼표 되길”

  • 동정
  • 입력 2018.04.30 14:31
  • 수정 2018.04.30 14:41
  • 댓글 0

40년 선화수행 첫 개인전
양산 성전암 주지 도승 스님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내놓을 만한 실력이 아닙니다. 그저 산골 작은 암자에 머무는 산승의 글씨와 그림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각을 내려놓는 쉼표 하나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양산 성전암 주지 도승 스님이 5월1일 경내에서 고희 기념 첫 전시회를 개최했다. 스님은 “글씨와 그림을 수행으로 삼아온 지 어느덧 40년이 흘렀지만 전시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며 “이번에는 상좌들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마지못해 변변찮은 붓놀림을 꺼내게 됐다”고 첫 전시회를 갖게 된 소회를 밝혔다. 스님은 이어 “글씨와 그림 너머 부처님의 가르침을 좇는 작은 징검다리로 삼아 달라”고 덧붙였다.

도승 스님의 소박한 표현과는 달리, 스님의 선화 수행은 지나온 세월의 흐름만큼 그 깊이도 상당하다. 화엄사에서 출가해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은 통도사 교무국장을 역임하고 부산 괴정 사리암 주지를 맡아 도심 포교를 전개할 당시부터 붓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수행으로 삼았다. 당시 스님은 부산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서예가, 문인화가들을 사찰로 초청해 교류의 시간을 가지며 붓끝에 불심을 담고자 했다.

특히 월천 진강백 선생의 그림을 사사하고 왕산 박윤오 선생으로부터 사군자를 배운 스님은 배움에 머물지 않고 독특한 화풍을 형성했다. 근현대 선화의 길을 개척했던 석정 스님, 선화가로 폭넓게 활동해 온 수안 스님과 소통하면서도 두 스님과는 달리 담백한 선과 선명한 색으로 동자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도승 스님 작품의 특징이다.

이밖에도 스님은 왕방요 신용균, 토곡요 이경효, 산인요 이덕규, 통도요 김진량 도예가 등 지역 예술인들과도 두루 교류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신용균 도예가의 손길을 거친 도자기에 스님이 그림을 그린 50여점의 도자기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또 족자, 병풍 등 전시되는 작품만 100여점이 넘는다.

스님은 전시회보다는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무주상 보시로 더 많은 작품들을 회향했다. 고(故) 박종철 열사의 49재 당시부터 해마다 추모재를 봉행해 온 장본인이기도 한 스님은 “어떤 이유에서건 보잘 것 없는 산승을 찾아온 분들은 모두 소중한 인연”이라며 “긴 법문보다는 그림 한 편이 오히려 더 명료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미소 지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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