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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웻산타라자타카 ⑯ 아밋타타파나(Amittatāpanā)

남방불교권서 최고의 악인으로 손꼽는 여인

▲ 라오스 루앙프라방 왓메이 사원의 황금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아밋타타파나.

아밋타타파나는 비련의 여인이었다. 이름 자체가 ‘적을 채찍질하는 여인’이란 뜻으로 주자카와 함께 남방불교권에서 최고의 악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녀는 잘 교육받은 브라만 집안의 딸이었고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인이었다. 다만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이 그녀를 악인으로 만든 것으로 웻산타라자타카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동네 여인들에 놀림 당하자
남편에 하인 구해달라 요구
능력 없어 어렵다고 말하자
웻산타라에게 부탁하라 권유

아침에 물을 길으러 시냇가에 갔다가 동네 여인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아밋타타파나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자 주자카가 물었다. “부인이여, 왜 그리 슬피 우세요?” 그녀는 답했다. “브라만 사제시여, 저는 더 이상 물을 길으러 시냇가에 갈 수가 없습니다. 마을의 여인들이 단체로 저를 늙은이와 결혼했다고 놀립니다.” 사랑하는 부인의 처량한 모습에 마음이 아픈 주자카가 답했다. “부인이여, 저 때문에 그 힘든 일을 하지 마세요. 물을 길으러 가지 마세요. 제가 아침마다 물을 길어 오겠습니다. 마을의 여인들은 저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주자카의 이야기에 아밋타타파나는 정색을 하고 답했다. “브라만 사제여, 저는 남편에게 물을 길으러 보내라고 교육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 저급한 가문의 여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에게 선언했다. “브라만 사제여, 저의 말을 잘 들으세요. 당신이 저에서 소년과 소녀 하인을 구해주지 않는다면, 저는 당신과 살지 않겠습니다. 분명히 아세요. 저는 이 상태로 더 이상 당신과 살 수 없습니다.”

주자카는 당황해 부인에게 애원했다.

“브라만 여인이여, 저는 기술도 없고 재산도 없고 곡식도 많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부인이여, 어디에서 제가 소년과 소녀 하인을 당신에게 구해줄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발 저에게 화를 내지 말아 주세요.”

아밋타타파나는 늙은 남편에게 말했다.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브라만 사제여, 왕카(Vanka)산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웻산타라 태자가 있습니다. 그를 찾아가 소년과 소녀 하인을 부탁하세요. 아마도 고귀한 웻산타라 태자는 당신에게 하인을 줄 것입니다.”

주자카가 부인에게 답했다. “브라만 여인이여, 저는 늙었고 약합니다. 왕카산까지 길은 멀고 험합니다. 제발 진정하세요.” 아밋타타파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지금 당신은 전쟁터에 나가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사람과 같습니다. 저는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사람과 이 집에서 함께 살지 않겠습니다. 브라만 사제여, 제가 이 집에 있다고 해도 당신은 저를 보기 힘들 것입니다. 축제가 있으면 저는 잘 치장하고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잘 생긴 젊은이들과 어울릴 것입니다. 아마 저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다면, 당신의 머리는 히말라야 산보다 더 희게 될 것입니다.”

부인의 단호함에 완전히 압도된 주자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사랑하는 젊은 부인에 대한 타오르는 욕망이 늙은 주자카를 일으켜 세웠다. 주자카는 당당하게 부인에게 말했다. “브라만 여인이여, 저에게 여행 준비를 해주세요. 저는 왕카산으로 가서 소년과 소녀 하인을 구해 오겠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위해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할 것입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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