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업설의 원리와 의미
17. 업설의 원리와 의미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8.05.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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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 법칙의 논거

일반적으로 자유의지(free will)는 종교․철학․심리․법률의 용어로 널리 쓰이는데 본질적으로 자유의지의 인정여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자유의지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종교와 철학, 그리고 뇌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결정론적인 사고방식과 결부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논란거리이다. 왜냐하면 자유의지의 인정여부에 따라 인간의 행복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여부나 징벌 등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과 이에 따른 과보 관계는
인간 자유의지에 대한 인정
악인이 행복한 것 같은 느낌
개인 업과 공업 뒤섞인 착시


초기불교에서 붓다의 연기설에 입각한 ‘행위이론(業說, karma-vāda)'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고 있는 점이다. 사실 붓다의 3종 외도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확인되듯이 ‘행위이론(업설)’은 인간의 행복이나 고락의 문제는 전적으로 신에 달린 것도 아니요, 과거의 숙명에 지배당하는 것도 아니며 우연적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개인적 노력이나 행위의 선악여부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아함경’의 다음과 같은 교설은 업과 과보의 관계와 그 성립문제를 시사한다. 즉 “만일 의도적으로 행하는 업이 있으면 나는 반드시 그 과보를 받는데, 현세에 받거나 후세에 받는다고 한다. 만일 의도적으로 행한 업이 아니면 나는 그 과보를 받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 행위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요소는 인간의 의지적 작용(意思, cetanā)이 행위에 개입되어 있는지의 여부이다. 만일 인간의 어떤 행위에 의도가 개입되었으면 그에 따른 과보를 받게 되는데 그 영향력은 과보를 받을 때까지 삼세에 걸쳐 작용한다.

요컨대 이러한 행위이론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는 연기설에 입각하여 인간의 선악의 행위에 따른 인과응보의 원리나 인과의 법칙을 설명한다. 즉 ‘선한 행위를 하면 즐거운 과보를 받고(善因樂果), 악한 행위를 하면 괴로운 과보를 받는다(惡因苦果)’는 것이다. 이때 어떠한 마음으로 행위를 하는지가 미래에 선악의 과보를 낳는 계기가 되거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의 모든 행위(업, karma), 즉 신(身)․구(口)․의(意)의 세 가지 업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의도를 나타내는 의업이다. 행위(업)는 바로 의지에서 생겨나 말이나 신체적 행위 등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지적 행위(意業)는 ‘사업(思業)’으로, 신체적 행위(身業)와 언어적 행위(口業)는 의도가 이미 반영된 것으로 간주하여 ‘사이업(思已業)’으로 설명된다. 이때 업은 그 속성상 선한 것과 악한 것, 그리고 선도 악도 아닌 것(無記)의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한편 업은 그 선악여부에 따라 10선업과 10악업으로 설명된다. 먼저 10악업은 ①신체적 행위(살생․도둑질․음행), ②언어적 행위(거짓말․이간질․험담․꾸밈말), ③의지적 행위(탐욕․성냄․어리석음) 등을 말한다. 한편 10선업은 앞의 부정적인 행위 등을 적극적으로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로 이러한 10가지 업은 개인적인 차원의 업을 말한다. 사실 업설은 개인적 행위의 윤리적 성격을 제시함과 아울러, 수행론적인 맥락에서도 8정도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업설의 실효성이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흔히 우리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악인들이 더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사회적으로는 개인업과 공업(共業)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사실 일상 속에서 일회적으로 끝난 어떠한 행위라도 돌이켜보면, 일상이나 꿈에서 자신의 마음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속적으로 업력(행위의 습기 혹은 영향력)이 작용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초기불교의 행위이론은 자신의 행위가 그 과보를 산출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보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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