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명상은 세상 껴안는 깨어있는 삶의 과정”

  • 교학
  • 입력 2018.05.04 13:17
  • 수정 2018.05.04 17:14
  • 댓글 4

오용석 원광대 HK연구교수
경쟁사회의 힐링 담론 고찰
사회 외면하는 ‘힐링’ 비판
경쟁 부추기는 도구로 전락
관계론적 구조 이해가 핵심

▲ 오용석 원광대 연구교수
경쟁사회에 나타난 힐링 담론과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는 명상은 본래의 명상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사회 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자기계발을 못해 생긴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불교학연구’ 제54호에 투고한 ‘경쟁사회에 나타난 힐링 담론 고찰’에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의 마음을 고치고 능력을 개발해 다시금 경쟁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자기계발과 이로 인해 파생된 힐링 담론은 새로운 사회와 공동체를 꿈꾸지 못하게 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소극적 삶을 정당화시킨다”고 밝혔다.

힐링 담론과 명상이 갖는 사회와의 관계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오 교수는 힐링적 명상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그에 따르면 자기계발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 이 같은 담론은 사회적 압박으로 인한 고통을 치유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걸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게끔 하는 데 일조한다. 고통의 근원적 치유가 아니라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눈을 감아버리게 한다는 것. 또 모든 것을 ‘나의 탓’, ‘마음의 문제’로 환원시켜 객관적 상황에 눈을 뜨거나 구조적 모순을 자각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진통제 처방과 비슷해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잠시 눌러놓는 자기위로의 한 방법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오 교수는 진정한 힐링 및 명상 담론은 구조적 문제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불경을 비롯해 틱낫한 스님의 명상관 등을 고찰한 뒤 불교적 명상이란 단순히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 ‘몸과 마음을 닦고 세상을 껴안는 깨어있는 삶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불교명상의 특징을 ‘관계론적 통찰’로 규정한 뒤 불교명상은 개인의 고통에 대한 자각과 치유는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형성된 공업(共業)의 자각과 자비 실천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같은 불교명상은 경쟁 구도 아래 생성된 이기심, 지역주의, 학력위계주의 등을 해체하는 힘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교수는 바람직한 명상 조건으로 △개인의 심리문제보다는 대인관계, 사회구조 등 관례론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통찰을 갖춰야 할 것 △모든 문제를 개인의 심리 문제로 환원시켜 해결하는 유심주의가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이를 해체할 수 있는 시선의 지평이 있어야 할 것 △구체적인 자비의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을 꼽았다.

이어 그는 ‘아트만’ ‘영혼’ ‘참나’ 등과 다른 무아적인 자기이해에 바탕을 둔 명상과의 차이도 명시했다. 무아적인 통찰은 인생과 세계에 대한 고착된 견해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사고 유연성을 확보해주고, ‘자기’가 아닌 것이 없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모든 개체들의 상호 연결성이 결국 자비적인 삶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경쟁만이 중심인 사회, 경쟁으로 인해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희생해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우리 모두 연결돼 있다는 명상적 통찰은 불공정 사회가 비정상적임을, 그리고 새로운 사회가 가능함을, 인간적 가치와 사랑이 훼손되지 않는 경쟁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