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님들 총기 안 잡는 대체복무시대 온다

  • 교계
  • 입력 2018.05.04 20:57
  • 수정 2018.05.04 21:13
  • 댓글 7

정부, ‘양심적 병역거부’ 검토
국회․헌재 결과 거쳐 시행추진
스님에 군사훈련, 파계행위강요
교계도 ‘대체복무’ 요구 이어져
“대체복무, 평화의 다른 방식”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스님들의 대체복부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정부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님들이나 일반 불자들도 총기를 잡는 대신 종교적 신념에 따라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법무부는 4월29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5년마다 발표되는 이 계획은 국가인권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것으로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 관행 개선을 위한 범정부 대책이다.

법무부는 이 계획안에서 “남북 대치의 특수한 상황과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미형성으로 과제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국회와 사법부에서 대체복무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대만, 독일, 싱가포르,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 합리적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위헌심판을 진행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전해철, 이철희, 박주민 의원 등이 각각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국회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히 많은 만큼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실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도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원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합숙하면서 현역 복무기간의 2배를 일하도록 하는 대체복무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검토를 철회하면서 1년 만에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는 우리 사회에 오래된 논란 가운데 하나다. 이는 ‘종교․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병역의무 거부자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것은 행위와 책임의 비례관계에서 벗어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대체복무 인정은 국가의 병역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고 사회통합 저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8월 이와 관련한 위헌심판에서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병역법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성이 적합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럼에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꾸준히 이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로 매년 600~800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2001년 불교 NGO단체에서 활동했던 오태양씨가 불자로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이로 인해 불교계 내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으며, 불교 계율에 반한 군복무 대신 스님들과 불자들의 대체복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2000년 6월 동국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부처님 가르침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행하지 않는 아힘사(ahimsā, 불살생․비폭력)에 기초를 둔 것”이라며 “한국의 많은 스님들이 폭력을 일삼는 군대에 입대하는 것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재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도 ‘불교평론’(10호)에 기고한 글에서 “불교는 다툼과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갈등과 번민이 있는 곳에는 화해와 협력을, 아픔과 눈물이 있는 곳에는 자비의 마음을 가르친다”며 “불살생의 계율을 실천해야 하는 출가수행자에게 총을 들고 일반 사병들과 똑같은 군생활을 하기보다 자비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출가고령화에 따라 스님들의 상당수가 병역의무를 마친 상태에서 출가를 하고, 재가신도들도 ‘여호와 증인’ 신도들처럼 적극적인 병역거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가 불교계의 주된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매년 3~4명의 스님이 현역으로 입대해 군사교육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학계를 중심으로 스님들의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계율학을 전공한 이자랑 동국대 HK교수는 “출가수행자가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스스로 수행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하는 파계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국방의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부여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최소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출가수행자에 있어서는 대체복무제를 합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대체복무는 평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