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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미소(拈花微笑)

동자승, 천진무구의 화신

불교의 대표 화두 중에 염화미소(拈花微笑)가 있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며 연꽃 한 송이를 들자 마하가섭만이 혼자 웃었다는 내용에서 비롯됐다. 진리는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오로지 참선만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는 선의 근본정신이기도 하다. 물론 염화미소를 통한 깨달음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화두참구의 영역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가끔은 염화미소의 의미를 알 것 같을 때가 있다. 사찰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동자승을 볼 때 특히 그렇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많은 사찰에서 동자승 단기출가 수계식이 열린다. 5~6살 전후의 앙증맞은 아이들이 삭발염의하고 사찰을 돌아다니면 부처님오신날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불교에서 동자승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부처님이라는 뜻에서 동자승은 천진불(天眞佛)이라 불린다. 천진불은 우주 진리의 본체라 할 수 있는 법신불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동자승은 수순함과 청정함을 의미하는 법신불의 화현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티 없는 동자승을 보면 절로 미소가 인다. 어린아이에게서 느끼는 귀여움에 대한 보편적인 반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자승을 보며 짓는 미소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그 순간만큼은 우리 또한 동자승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자승을 보며 짓는 그 미소가 마하가섭의 염화미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자승이 천진불이라면 동심(童心)이 곧 불심(佛心)일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산사음악회와 연등회, 축하공연, 봉축법요식 등 다양한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축제분위기에만 매몰돼서는 곤란하다. 봉축기간만이라도 온갖 셈법을 잠시 내려놓고 동자승처럼 천진하고 무구한 마음을 내보면 어떨까. 아마도 입가에 염화미소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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