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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37조도품의 의미

계정혜 삼학, 이론과 실천 아울러 제시

일반적으로 초기불교의 주요 교리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붓다의 궁극적인 깨달음을 제시하는 연기사상에 입각하여 4성제나 5온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었다. 한편 초기경전에서 주요한 수행법은 색계의 4선이나 4념처 등 매우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수행법의 요체는 연기설에 입각한 이론적 기반 위에서 번뇌를 여의고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초기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집약해 놓은 것을 ‘37조도품(助道品, bodhipakṣa)’이라고 한다.

초기불교의 다양한 수행법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집약
37조도품의 핵심적 내용은
사성제와 팔정도 요약가능

사실 ‘37조도품(助道品, bodhipakṣa)’이란 ‘4념처·4정근·4여의족·5근·5력·7각지·8정도’ 등의 깨달음을 증득하기 위한 7가지 실천적인 항목들의 법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37조도품’은 ‘중아함경’이나 팔리 상좌부의 ‘대반열반경’ 등에서 설해지고 있다. 하지만 ‘37’이라는 법수는 팔리어 경전에는 보이지 않고, 이에 대한 해석이나 이해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이 ‘37조도품’은 ‘37보리분법’이나 ‘37도품’을 비롯한 ‘37각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하여 초기경전에서는 붓다가 비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즉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너희들을 위해 설하겠다. ‘여래·응공·정등각’은 일찍이 법을 듣지 못하고도 능히 스스로 법을 깨달아 무상정등각을 얻고, 미래세에 성문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설법한다. 그 법은 이른바 ‘⑴4념처(念處)·⑵4정근(正勤)·⑶4여의족(如意足)·⑷5근(根)·⑸5력(力)·⑹7각지(覺支)·⑺8정도(正道) 등이다.

이런 점에서 ‘37조도품’이란 성문들이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하는 수행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⑴4념처는 ‘신(身)·수(受)·심(心)·법(法)’에 대한 관찰을 통한 주의집중이나 마음챙김을 확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4념주’로도 불린다. ⑵4정근은 네 가지 바른 노력을 말한다. 이는 ‘4정단’으로도 불린다. 즉 ①이미 일어난 나쁜 것을 버리려는 노력, ②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쁜 것을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 ③아직 일어나지 않은 유익한 것을 일으키려는 노력, ④이미 일어난 유익한 것을 증장시키려는 노력 등이다 ⑶4여의족은 네 가지 성취수단을 말한다. 즉 ①열의의 성취수단, ②정진의 성취수단, ③마음의 성취수단, ④검증의 성취수단 등이다. ⑷5근은 다섯 가지 기능을 말한다. 즉 ①믿음의 기능, ②정진의 기능, ③마음챙김의 기능, ④삼매의 기능 ⑤통찰지의 기능 등이다. ⑸5력은 다섯 가지 힘을 말한다. 즉 ①믿음의 힘, ②정진의 힘, ③마음챙김의 힘, ④삼매의 힘, ⑤통찰지의 힘 등이다. ⑹7각지는 깨달음의 7가지 구성요소를 말한다. ⑺8정도는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8가지 바른 실천방법을 말한다.

특히 ‘37조도품’ 중 ‘5근’과 ‘5력’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와 관련하여 붓다는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즉 “다섯 가지 기능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기능인가? 이른바 ‘신근(信根)·정진근(精進根)·염근(念根)·정근(定根)·혜근(慧根)’ 등이다. ‘신근’이란 마땅히 ‘4불괴정(不壞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진근’이란 ‘4정단(正斷)’임을 알아야 하며, ‘염근’이란 ‘4념처(念處)’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정근’이란 ‘4선(禪)’임을 알아야 하며, ‘혜근’이란 ‘4성제(聖諦)’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기서 상기의 ‘5근’의 내용을 고려하면, ‘정진근’은 ‘4정단’을, ‘염근’은 ‘4념처’를 포함시키고 있는 점에서 각 항목들이 내용적으로 중첩되고 매우 긴밀함을 알 수 있다. 요컨대 37조도품의 핵심적 내용은 4성제와 8정도, 그리고 4선과 4념처 등으로 요약된다.

결국 37조도품은 3학과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4정단은 계학, 사념처는 혜학에 해당되며, 그리고 5근·5력·7각지·8정도는 삼학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 37조도품은 계·정·혜의 3학을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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