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절수행 박정은-상

기자명 법보신문

 

▲ 40, 혜안성

아무것도 몰랐다.

부모·시어머니와 다닌 사찰
나만의 절·신행에 깊은 열망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홍법사 어린이법회와 인연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따라 영문도 모른 채 절에 다녔다. 지금도 부모님은 매주 팔공산이니 사리암이니 보리암이니 전국 사찰을 두 분이 함께 다니신다. 아무튼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이번엔 시어머니와 함께 절을 다녔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누군가에 이끌려 다니기보다 나만의 절을 다니고 싶어졌다.

친언니처럼 다정하게 잘 지내는 인향지 언니 소개로 절을 한 곳 알게 됐다. 어린이법회는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이 잘 갖춰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 홍법사였다. 정해져 있었던 만남이었을까. 아니면 부처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신 걸까. 홍, 법, 사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5년 12월이 내게 왔다. 그때부터 내 신행의 역사가 시작됐다. 나만의 절, 나만의 신행 그리고 자리만이 아닌 이타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었다. 부처님의 선물이었다.

난 삼남매의 엄마다. 2015년 당시 초등학생 2학년 딸아이와 6살 5살 두 형제의 엄마다. 당시 아들들은 어렸다. 딸 서연이만 데리고 매주 일요일 동림어린이법회를 다니게 됐다. 부산 명지에서 두구동까지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가며 느끼는 설렘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마음이 즐거웠다.

홍법사의 넓은 도량 속에 머물면서 조금 쭈뼛거렸던 것은 사실이다. 불교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었다.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명확한 답변을 듣고 싶었다. 법당에서 지켜야할 예절에서부터 기도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며 무엇부터 독경하는지…. 부처님에게 어떻게 존경과 예를 표현해야 하는지…. 절이 좋았을 뿐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내게 친절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도반이 절실히 필요했다. 인향지 언니에게 간혹 물어가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세향자모기도반 소식이 들렸다. 매일 네이버 밴드로 수행을 나누고 점검하는 모임이랬다. 반색했다. 너무 반가운 소식에 밴드부터 가입하고 첫 수행을 ‘반야심경’ 사경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딱 100일만 목표로 했다. 나중 일은 ‘100일’이라는 목표를 성취한 뒤 생각하기로 했다. 100일을 사경하고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길 것 같았다.

아니었다. 100일은 나에게 정말 작은 시작을 위한 준비 단계였을 뿐이었다. 부처님 가르침을 알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다. 갈증이 더 생겼다. 법비를 향한 갈증 속에 주위 도반들의 끈기에 적잖이 놀랐다. ‘나도 저 도반들처럼 한결 같이 수행하면서 평상심이 되어야 겠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100일은 무색했다. 숨 한 번 쉬고 보면 100일이었다. 조금 지나니 200일이었고, 어느덧 1000일을 바라보고 있다. 멋모르고 시작한 100일 기도였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과 김경숙 소장님이 꿈속에 나오기도 했다. 나름 내 작은 정성을 확인 받는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점검 받는 느낌이랄까. 또 그것은 나만의 회향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홍법사를 오고 싶었던 마음도, 언니로부터 절을 소개 받을 때, 자모회원들과 수행을 매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들었던 마음이 있었다. ‘나도 저 수행공동체에서 함께 기도 하고 싶다.’ 고백한다. 1000일이 다가오는 지금 생각은 이렇다. 스스로가 자신의 기도를 찾아 열심히 정진해야만 기도가 되는 것 같다.

홍법사는 수행 속에서 신과 행을 이뤄가야만 진정한 불자의 길로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고 교육한다. 이 교육은 여지없이 홍법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적용된다. 동림어린이법회에서도 스님들의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인 90일 동안 재가안거를 실천한다. 이 시간 동안 108배도 함께 해야만 한다. ‘반야심경’ 사경으로 걸음을 떼고 108번 참회하면서 절하는 수행으로 건너가는 시절인연이 여기서 싹트기 시작했다.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