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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박재철서 비구 법정이 되기까지 흔적

  • 불서
  • 입력 2018.05.08 11:34
  • 수정 2018.05.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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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 지음·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고난을 겪는 사람은 행복하게만 사는 사람보다는 훨씬 인생에 대해서 경험이 많아서 자신이 생기고 또한 생활에 대한 저항력도 길러지는 것이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참상을 목격한 대학교 3학년생 박재철은 몇 날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훗날 ‘무소유’의 대명사가 된 법정 스님은 그렇게 떠난 지 1년여 후인 1955년 사촌동생 성직에게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될 것’을 당부하는 편지 한통을 보냈다. 그리고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라는 부탁과 함께 사촌동생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해 1970년까지 50여 편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들을 모은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2011년 출간된 ‘마음하는 아유야’의 재탄생이다. 하지만 첫 판본과 달리 출가 당시를 회상하는 법정 스님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와 편지에 짧게 이름만 등장하는 이를 추억하며 쓴 에세이들을 덧붙여 내용이 풍성해졌다. 그리고 사촌동생과의 편지에서 보여 지는 스님의 이야기는 청년 박재철이 법정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겪었던 고통과 고뇌, 희열과 깨달음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스님은 편지에서 일일이 가족들의 안부를 챙기면서도 정작 다른 가족들에게는 자신의 거처를 알리지 말라고 한다. 그럼에도 초창기 편지에는 피붙이의 정을 끊어 내려는 독한 마음과 그리움이 교차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계를 받고 출가수행자의 습을 익히면서는 내용도 사뭇 달라진다. 1959년 3월10일자에서는 “형아는 금생뿐이 아니고 세세생생 수도승이 되어 생사해탈의 무상도를 이루리라. 하여, 고통 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로다”라고 썼고, 1964년 1월14일자에서는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궁벽한 산중으로 들어가 수도할 뜻을 전한다.

그리고 1970년 뒤늦게 작은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보내온 마지막 편지까지, 스님이 동생에게 보낸 글에는 항상 공부 열심히 하라, 술 마시지 마라, 책과 친구는 가려서 접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순간을 건지라는 등의 당부가 담겨 있다. 또한 고통의 시간이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는 것이고, 번민하고 사색하라, 자연으로부터 배우라는 이야기들은 지금 편지를 함께 읽는 우리를 향한 당부에 다름 아닌 것이어서,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듣는 듯하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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