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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기자명 이병두

용태영 불붙이고 사부대중은 결집

▲ 1973년 10월3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과 관련한 재판’을 참관하러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온 신도들.

옛날에는 음력 4월8일 부처님오신날을 그냥 ‘사월 초파일’, 간단히 ‘초파일’이라고 불렀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이래 민족의 영광스러운 순간과 고난의 역사를 함께하며 동고동락했던 불교였지만 막상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뒤로는 서자 취급을 받았다. 기독교에 비하여 방송 허가를 받아내는 데에 수십 년, 군종장교 파견에도 십 수 년이 늦었다. 그리고 교조의 탄신을 기리는 이 날을 국가 공휴일로 인정받는 데에 30년 가까이 늦었으니 대한민국이 종교 차별국가였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기독교만 우대 종교차별 속
용 변호사 공휴권 청구 패소
이후 청담‧경산 스님 힘싣고
불자들 결집해 1975년 성취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에서, 그리고 이웃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부터 이슬람 경축일과 함께 웨삭데이(Wesak Day)를 공휴일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종교 평등지수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 비하여 훨씬 낮았던 것이다.

조계종 등 각 종단은 이런 불평등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부 갈등과 분규 때문에 스스로를 돌보기도 힘든 상황인 데다가 세속 행정 절차와 법을 잘 몰라서 속수무책으로 안타까워하기만 하였다. 그때 돌파구를 연 사람이 바로 용태영(1929~2010) 변호사였다. 그가 1973년 3월 서울고등법원에 총무처장관을 상대로 ‘공휴권 청구 관련 확인소송’을 낸 뒤 11차까지 심리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패소하였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패했어도 불교 집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폭제가 되어 그 뒤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운동’이 더욱 거세게 펼쳐졌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1975년 1월14일에 열린 국무회의 결의를 거쳐 국가 공휴일로 제정되었고 이 큰 불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용 변호사에게는 32년이 지난 2007년에 ‘불자대상’을 수여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였는데, 이는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었다.

용태영 변호사가 불을 붙인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운동은 청담‧경산 스님 등 조계종의 역대 지도자들이 힘을 실어주고 무엇보다도 재가신도들의 적극 참여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이 사진은 1973년 10월31일 덕수궁 옆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관련 재판’을 참관하러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온 신도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공판이 끝난 뒤 조계사를 참배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그 뜻을 정부와 국민 여론에 전하였으며, 이 여론이 정부를 움직여 국무회의 결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국가 공휴일’로 제정되었지만, 전 국민이 사용하는 달력에서 예수 탄생일은 ‘성탄절(聖誕節)’이라고 하면서 ‘부처님오신날’은 ‘석가탄신일’이라고 하는 정서적 차별이 또 수십 년 동안 이어졌다. 두 종교의 형평을 맞추려면 12월25일도 ‘예수탄신일’이라고 해야 마땅하지만 이것은 ‘오랜 관습과 전통’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국민의 종교불평등지수가 높은 나라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2017년 2월 전 불교계가 공휴일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기로 결의하여 정부와 국회 등에 요청하고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국무회의에서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부처님오신날’로 변경하기로 의결하였으니, 올해부터 ‘부처님오신날’ 축제를 제대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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