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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우리나라 정토신앙의 역사

원효 대중교화부터 조선 삼문수업까지 노래하다

▲ 14세기 고려 불화 아미타내영도 일부.

이미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만 저는 정토신앙을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선생의 책 ‘나무아미타불’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그 책이 제게 끼친 영향이 절대적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읽으시라고 권진(勸進)하는 책도 사실 그 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책 역시 2% 부족한 뭔가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정토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정토신앙의 역사까지 있다고 한다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그분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권진의 노래 45~61연까지
우리나라의 정토신앙 서술

의상의 백화도량발원문은
관세음보살 발원문이지만
정토신앙에서도 매우 중요

보조지눌 염불요문에 담긴
염불 발원의 내용도 노래

조선 후기의 ‘삼문수업’은
선·화엄·염불 세가지 법문

‘권진의 노래’에는 야나기 선생의 ‘나무아미타불’에서는 언급되지 못한 우리나라 정토신앙의 역사를 상세히 노래하고자 했습니다. 45연에서부터 61연까지입니다. 각 연의 셋째 구절에 등장하는 명목(名目)만을 다시 한 번 더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원효 스님, 미타증성(彌陀證性), 무애춤, 방방곡곡, 의상 스님, 백화도량, 원왕생가, 제망매가, 백월이성(白月二聖), 욱면서승(郁面西昇), 발징(發徵) 화상, 등공서왕(登空西往), 염불요문, 나옹화상, 염도염궁(念到念窮), 삼문수업(三門修業), 염불결사. 이제 ‘권진의 노래’를 통해서 우리나라 정토신앙의 역사를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원효 스님’(45연)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원효 스님의 정토저술 중에서는 ‘미타증성(彌陀證性)’(46연) 게(偈)를 들었습니다. 7언 8구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보조지눌(普照知訥) 스님의 저서 ‘절요’에 인용됨으로써 현재까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화엄적인 입장에서 법장 보살의 성불을 말하고 있는 원효 특유의 관점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쓴 ‘원효의 미타증성게와 보조지눌’이라는 논문을 참조해 주십시오.

‘무애춤’(47연)과 ‘방방곡곡’(48연)은 모두 일연(一然) 스님이 ‘삼국유사’에서 기록한 원효 스님의 대중교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파계 이후에 방방곡곡 다니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서는 “나무꾼, 독짓는 사람, 사냥꾼의 무리들로 하여금 다 불타의 이름을 알게 하였으며 모두 ‘나무…’라고 일컬을 수 있게 하였다”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나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문으로 ‘함작나무지칭(咸作南無之稱)’이라고 한 데에는 아미타불이라는 명호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원효가 퍼뜨린 것은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여전히 “나무아미타불”을 퍼뜨렸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일연 스님이 명호를 다 쓰지 않고 약칭(略稱)하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함작나무아미타불지칭’이든, ‘함작나무석가모니불지칭’이든, ‘함작나무미륵보살지칭’이라고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문의 문장 흐름으로 보면 그런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함작나무불지칭’은 가능한 흐름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약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떤 부처님의 이름을 외게 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결정적인 힌트는 염불을 한 사람들이 누군가 하는 데 그 답이 있다고 봅니다. ‘나무꾼, 독짓는 사람, 사냥꾼’ 등등의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삼계(三界)의 스승인 석가모니불이라는 이름을 알려 주고 그분을 닮아가자는 자력(自力)의 길을 제시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일 듯 합니다. 그 보다는 아미타불을 일러주어서 아미타불의 원력에 의지하여 더 나은 세상을 향해서 걸어가자고 말한 것이 더욱 자연스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의상 스님’(49연)과 ‘백화도량’(50연)은 의상 스님이 지으신 ‘백화도량발원문’을 가리킵니다. 이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분이 계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백화도량발원문’은 표면적으로는 아미타불이 아니라 관세음보살에 대한 발원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백화도량발원문’에서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 정토신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관세음보살의 서원을 우리 스스로의 서원으로 삼는다는 것이지요. 아미타불의 마흔 여덟 가지 서원을 우리 스스로의 서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정토신앙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51연의 ‘원왕생가’와 52연의 ‘제망매가’는 모두 ‘삼국유사’에 전하고 있는 신라시대의 향가입니다. 모두 정토신앙을 노래한 정토시로서, 우리나라 정토문학의 백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원왕생가’에는 이 몸을 버려두고서는 아미타불의 성불은 불가능하다는 안심과 확신이, ‘제망매가’는 먼저 죽은 누이를 추모하면서 극락에서 함께 만나자고 다짐하는 노래입니다.

53연의 ‘백월이성’과 ‘욱면서승’ 모두 ‘삼국유사’에 나옵니다. 백월이성은 백월산에서 수행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을 가리킵니다. 각기 미륵신앙와 미타신앙을 했던 두 도반의 이야기이고 욱면은 여종(女從)이라는 하천한 신분의 삶을 살았지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여 살아서 왕생하였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55연의 ‘발징화상’과 56연의 ‘등공서왕’은 우리나라 염불결사의 영원한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는 사건을 말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건봉사가 그 무대이고, 시대는 신라 경덕왕때의 일입니다. 발징화상을 비롯한 31인이 함께 염불하여 산 채로 허공을 날아올라 서방에 왕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57연의 ‘염불요문’은 보조지눌의 저서라고 전해오는데, 그 저자에 대해서는 다른 학설도 존재합니다. 내용은 계율과 선정, 그리고 지혜를 잘 닦으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자는 것입니다. 선의 입장에서 정토신앙을 수용하여 습합하는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근대에 송광사에서 교화를 떨친 금명보정(金溟寶鼎)스님은 이 ‘염불요문’에 대한 주석서를 저술하였습니다. ‘염불요문과해’라는 이름입니다.

58연의 ‘나옹화상’과 59연의 ‘염도염궁’은 고려 말 나옹스님의 게송이지요. 누이에게 염불을 권하는 노래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이 지극하면 여섯 가지 감각기관에서 방광을 하리라. 즉 아미타불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선의 염불관, 즉 자성미타(自性彌陀)를 노래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60연의 ‘삼문수업’은 조선후기 불교에서는 선, 화엄, 그리고 염불의 세 가지 법문이 마치 솥발처럼 함께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이 시대의 정토신앙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하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시대야말로 신라시대의 황금시대에 버금간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고, 우리 불교의 방향성을 삼문수업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60연의 ‘염불결사’는 조선시대 후기에는 각 사찰들에서 많은 염불결사가 행해졌다는 것입니다. 건봉사에서 행해진 염불만일회도 있지만, 많은 절에서 많은 스님들이 ‘염불계(念佛契)’를 조직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상길 선생의 책 ‘조선후기 불교와 사찰계’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lokavid48@daum.net
 

필자의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연재를 쉽니다.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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