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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호엔회 스님-하

“어려운 이들에게 손 내미는 것이 우리 인생의 진정한 순간”

▲ 독거노인을 돌보기 위해 건립된 ‘린치쳉 사원’.

호엔회 스님은 1996년 한 TV프로그램에 활동이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88세 스님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본 싱가포르인들은 크게 감동했다. 프로그램이 큰 반응을 보이자 싱가포르 정부는 그가 복지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대지 5000m²(약 1512평)를 기부하기도 했다. 호엔회 스님은 건축 비용을 모으기 위해 채식요리책을 출판,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세가 10만 달러에 달했다.

정부로부터 대지 기부 받아
235명 입소 가능 시설 세워
입적 전까지 독거노인 돌봐

 
2001년 8월 개원한 복지시설에는 독거노인 235명이 입소했다. 스님은 성별과 나이, 국적과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줬다. 스님은 2002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인류애와 박애’를 높이 평가받아 훈장을 받기도 했다.

호엔회 스님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의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기금을 모아가는 데 전력을 다했다. 또 아이들이 불교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린이 경전 수업을 만들고 각계각층 사람들이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법회를 주최했다.

2004년 2월11일 호엔회 스님의 작은 생일파티에 참석한 싱가포르의 나탄(Nathan) 대통령은 그가 싱가포르를 위해 해온 많은 업적을 칭송하는 연설을 해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이날 스님은 “인생에서 우리 인간들이 집착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저 순간적으로 흘러가는 가볍고 헛된 것”이라며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순간이다. 우리 삶에서 카르마를 태워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힘든 이들에게 연민심을 갖고 그들을 진실한 마음으로 돕는 것”이라고 말해 감동을 줬다.

2006년 1월11일 만풋통 사원에서 독거노인을 돌본 후 잠이 든 호엔회 스님은 수면 중 입적했다. 그답게 세상을 평화롭게 마감한 호엔회 스님의 당시 나이는 98세였다.

2005년부터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 호엔회 스님은 기력이 많이 약해졌음에도 독거노인들에게 제공할 요리를 하거나 그들을 손수 돌봤다. 몸 왼쪽이 마비가 올 정도였지만 삶의 마지막 날까지 사원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나탄 대통령은 장미와 국화, 난초가 가득한 꽃다발을 보냈다. 장례식에는 수많은 정부 관료들이 참석했고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참석해서 위대했던 ‘자선의 어머니’를 잃은 것에 눈물 흘리며 슬퍼했다.

스님은 유언장에 사업을 통해 모은 10만 달러가 모두 자선 기관에 공평히 나누어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남겼다. 그는 이미 자신이 죽었을 때 쓰일 가장 값싼 관을 구입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소박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적은 돈을 남겨 두었다. 이는 넉넉하지 않게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또 그들이 마음 상해하지 않도록 미리 생각한 깊은 배려였다.

호엔회 스님의 일생은 부처님께서 크게 강조한 ‘연민과 자비’라는 덕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훌륭한 예다. 그 어떤 지적인 불교철학 학자나 높은 직위를 가진 스님들의 글귀보다 호엔회 스님의 삶과 말씀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부처님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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