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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거룩한 세종의 역경사업’ ③ - 이병주, 1983년 ‘불교사상’

기자명 법보신문

세조는 포교·국문학 씨앗 심은 임금

‘석보상절’만 해도 부처의 전생담과 본생담, 내생담을 통해 높깊은 사상의 피안을 설명했는데, 이 ‘월인천강지곡’은 한걸음 나아가 그 사북을 노래로 엮어 부르는 중에 절로 신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동시에 정음의 보람을 시험한 찬송가다. 그런데 이것이 한시가 아닌 일상용어를 통해 생활에 결부시킨 점에 의의가 크다.

어려운 용어 쉽게 바꾸고
인쇄 위해 간경도감 설치
현 역경사업 거울로 삼길

이러한 시책으로 말미암아 정음의 실용은 새로운 짙을 텄으니 우리 고전의 문자인 가사체(歌辭體)와 언해체(諺解體), 내간체(內簡體)가 이에서 확립된 것이다. 그래서 세조는 왕위에 오르자 위의 두 책을 하나로 묶어 ‘월인석보’로 그것도 한정판의 동활자가 아닌 무한정의 목판으로 간행하는 한편, 여러 불경까지 모조리 간행하기 위해 간경도감까지 설치하는 극성을 보여 그가 끼친 국어국문학의 씨앗과 불교 포교에 미친 업적은 불사로도 가장 으뜸인 공덕을 심은 임금이었음을 명심할 일이다.

더구나 세조는 부왕인 세종의 ‘월인천강지곡’과 당신이 주관으로 이룩한 ‘석보상절’을 판간함에 있어서 정음 위주의 ‘월인천강지곡’을 한자 위주로 바꾸는 동시에 ‘석보상절’에서도 이해가 쉽지 않은 순수한 우리말이나 또는 어려운 복합동명사를 간간 고치는 조심성을 보였다. 이는 견해에 따라 다소의 이견은 있지만, 당시 많은 불경언해로의 이해도를 감안한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나날 씀에 편안하게’라는 뜻에 부합시킨 첨삭(添削)으로 안다.

이에 다다라 세종과 세조의 손으로 최초로 퍼진 산문체의 ‘석보상절’은 비단 불교뿐 아니라 후대에 빛을 본 ‘두시언해’의 간행까지 보채는 결과를 자애냈으며,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은 악장체의 본으로 가사문학을 자아내어 국한문혼용에 의한 갖가지 책이 쏟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불경언해로 빚어진 열매는 비단 훈민정음의 정착만 아니라 대중교화의 모탕이 되고, 불교를 통한 사상의 밑그루가 유학에 앞서는 굳건을 가져와 이른바 사상의 고향을 가꾸었으니, 세종과 세조의 불경의 번역사업은 그 목적이야 어찌됐든 우리 불교의 기반을 숭유억불의 서슬에서도 빛나는 발자국을 낳아 기복불교와 산간불교의 비양에서도 오늘의 자랑을 간직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오늘의 역경사업의 거울이 절로 뚜렷해지리라 믿는다. 한갓 간행에 그치는 한글로의 불경, 그것은 한자의 한글화로해서 여간한 실력이 아니고는 읽을 수가 없다. 진작 ‘불교전서’가 나오고 이어 ‘불교성전’이 곱다란 장정으로 나왔다. 그러나 보다 널리 읽히지 않는 책이 돼서 안쓰럽다기보다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우리의 조상은 하마 500년 전에 널리 민중과 더불어 즐겨 읽어 그 판종만도 여럿이 오늘에 전함을 상기할 때, 그들의 도타운 불심도 우러러지지만 그 떳떳한 원력에 의한 청정불사가 진정으로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 전 동국대 교수
결국 읽히는 불교 서적, 그것은 껄끄러운 용어부터 말끔하게 바꾸어 대중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대중의 말과 귀중의 글이어야 할은 물론이다. 보다 대중적인 불교, 보다 일반적인 찬불가, 그것은 비단 어제와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니 보다 새로운 각오가 절실하다. <끝>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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