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인사] 부처님오신날 연등의 의미

  • 기고
  • 입력 2018.05.15 10:20
  • 수정 2018.06.01 19:36
  • 댓글 1

부처님오신날의 대표적 상징은 연등(燃燈)입니다. 거리 곳곳에 걸린 형형색색의 연등을 보면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왔음을 실감합니다. 이때쯤이면 절에도 하나둘 연등이 달리기 시작해 부처님오신날 당일에는 연등이 법당과 경내를 가득 채웁니다. 한해 중에서 절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아마도 이때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등을 사서 다는 시절이지만 연세 지긋한 분들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손끝이 울긋불긋 물들도록 종이연잎을 붙여 연등을 만들던 기억들이 새로울 것입니다.

연등은 등을 밝힌다는 의미
연꽃으로 만든 등 뜻도 있어
등은 불성, 연꽃 보살행 상징
연등 의미 새기는 봉축 돼야

연등은 “등을 밝힌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에서 등을 밝히는 것은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빛이 깜깜한 어둠을 몰아내듯이 지혜의 불을 밝혀 번뇌와 무명의 어둠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가장 일반적인 해석일 것입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제자들에게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는 말씀입니다. 스스로를 등불 삼으라는 말은 내 자신이 곧 불성을 지닌 존재이며 궁극적으로 부처임을 믿고 수행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르침을 담은 부처님 말씀이 곧 진리이니 그 가르침을 정진의 등불로 삼으라는 말씀입니다.

연등과 관련해서는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잘 알려진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 공양이 유명합니다. 난타는 어느 날 아세사라는 왕이 부처님을 초정해 등 공양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미천한 천민 출신인 난타는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음식을 사 먹지 않고 그 돈으로 부처님께 작은 등을 올렸습니다. 밤이 되자 왕과 귀족들이 공양올린 화려한 등들도 기름이 다해 하나둘씩 꺼졌습니다. 그러나 난타의 보잘 것 없는 등만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을 염려한 목련존자가 불을 끄려했으나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가난하지만 지극한 정성과 간절한 소원으로 올린 등이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여인은 그 공덕으로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라.”

연등의 전통은 이렇게 인도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런 전통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 중국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연등회(燃燈會)라는 소중한 전통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러나 연등은 등을 켠다는 의미만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연등은 등불을 켜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연꽃으로 만든 등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등을 만들 때 연꽃잎을 붙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흔히 연꽃의 공덕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말합니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처해도 물들지 않고 오히려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납니다. 이런 연꽃의 모습이 바로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기도 합니다.

▲ 김형규
법보신문사 대표

부처님께서 앉는 자리는 연화좌(蓮花座)입니다. 기와, 불단, 천장, 석탑에까지 연꽃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흔히 극락정토(極樂淨土)를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 합니다. 연꽃으로 장엄한 세계라는 뜻인데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은 연꽃 속에서 화생한다고 합니다. 이를 연화화생(蓮花化生)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연꽃으로 만든 등의 의미는 복합적입니다. 등은 지혜로 번뇌와 무명을 타파해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서원이며, 연꽃은 세상을 반드시 불국토로 만들겠다는 결심입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의 구현입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이런 연등의 가르침을 오롯이 가슴에 새기는 뜻깊은 봉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kimh@beopbo.com

 

[1440호 / 2018년 5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