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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살생 지계정신 우뚝 서야 ‘한반도 평화’ 깃든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8.05.15 13:57
  • 댓글 0

불기 2562년 연등회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펼쳐졌다.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 연등회는 내리는 비로 인해 예년에 비해 참가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조계사 우정공원, 청계천, 봉은사에서 선보인 전통 등에 시민들은 유독 깊은 관심을 보였다. 불자들이 정성들여 만든 등은 남녀노소, 진보·보수를 분별하지 않고 고르게 그 빛을 비추어 주었다. 환한 미소, 정다운 대화가 오고 간 오늘을 기억하려는 듯 친구, 연인, 손자·손녀들은 우산 속에서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영원한 동심, 빛으로 만나는 불심의 세계’를 시민들에게 선사해 준 전통 등 전시회 관련 분들에게 감사의 합장을 올린다.

평화염원 밝힌 ‘전통 등’ 감동
너와 나는 사실상 ‘한 생명’
북녘동포 향한 행복기도 올려야

흥인지문에서 조계사로 향하는 연등행렬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위해 복원한 ‘북한 등’이 시야에 들어오자 시민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연꽃수박, 학, 누각, 치자, 북 등의 북한 전통 등에 통일을 향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음을 읽어내고 공감한데 따른 환호였다. 주악비천등의 평화 연주 선율을 시민들은 가슴으로 안았다. 밤하늘을 수놓은 연등 중에서도 의미 깊었던 건 10만 명이 준비한 ‘T자’형 연등이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기원지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당일 오전 전국 사찰에서 울려 퍼진 한반도 평화 기원의 종소리가 그대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불교는 자비와 화합이라는 두 축을 세워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겠는 원력을 품은 종교다. 그 토대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 또한 멸한다’는 연기법이다. 이 원칙은 이 세상의 모든 현상에 적용된다. 그러기에 모든 생명과 사물은 천차만별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지만 궁극에는 서로의 인과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어느 하나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너와 내가 완전히 다른 듯하지만 실상은 한 생명인 셈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상(事象), 현상은 함께 일어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걸림 없이 융합하며 생성되고 있다’는 법계연기설은 개인 중심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 중심에 자비가 있다.

자비의 근간은 불살생이다.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평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불교의 여러 경전은 전하고 있다. “타국의 군대가 침범하더라도 가능한 한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데 힘쓰라” 하신 부처님 말씀에 따라 ‘화엄경’은 전쟁에 부득이 참여했다 해도 마음속으로나마 ‘적병을 죽이지 말자고 다짐하라’고 했다. ‘지장십륜경’은 ‘자국을 수호하되 타국의 영토를 침범하지 말라’고 했고, ‘범망경’은 ‘이익을 얻으려는 모진 마음 때문에 군대를 일으켜 서로 치고 무량한 중생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 전쟁을 통해 이익 얻는 일을 삼가며, 전쟁 시에도 비참한 살생만은 피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음이다.

한반도 평화는 오계 중의 하나인 ‘불살생’을 실천할 때 찾아온다. 그 실천의 첫걸음은 띠었기에 희망의 등은 밝게 빛나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서로의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도 확인했다. 또한 종전선언 천명 후 평화협정 체결도 합의했다. 동족간의 비참한 살생만은 피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유독 이번 연등행렬이 힘찼고, 축제에 함께한 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건 이 땅에도 평화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들과 신들의 안락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하셨다. ‘4·27 평화의 종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상, 연등회에서 울려 퍼진 평화 주제의 주악비천등 연주 선율이 이 땅에 흐르는 이상, 우리는 북녘 동포의 행복을 위한 기도를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1440호 / 2018년 5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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