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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만나 부모님 마음 알고 잘못된 삶 깨달아 새 인생 발원

기자명 법보신문

교정교화전법단장상-김영철(가명)

▲ 그림=근호

때 이른 봄소식에 한꺼번에 터진 봄꽃들의 성급함을 나무라듯 꽃샘의 사람과 비가 대지를 적신다. 어쩌면, 사람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이와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벚꽃이 금방 질 것을 알지만 우리가 벚꽃을 이토록 아름답게 바라보는 이유와 지혜를 헤아려본다.

일확천금 헛된 욕심 채우려다
10년형 선고받고 9년째 복역
절망·자괴감에 죽기만 바랄 때
참석한 법회서 하염없이 눈물

‘방하착’ 법문 듣고 자각한 후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 시작
화장실 청소 자청 5년째 실천
매사 집중해 각종 자격증 취득
부모님이 웃음 짓게 최선 다짐

탐·진·치로 가득 찬 어리석은 마음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요소들은 보지 못했다. 남들이 가진 것만 부러워하면서 한 순간의 일확천금으로 헛된 욕심과 집착만을 채우려다가 크고 씻을 수 없는 죄업으로 10년형을 선고받고 9년 가까이 영어의 몸으로 지내고 있는 어리석은 중생이다.

수인이 되고 나서야 얼마나 한심한 인생을 살았는지 뒤돌아 볼 수 있었다. 또한 못난 나로 인해서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이 송구스러워 밤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절망적인 슬픔과 자괴감으로 그저 죽기만을 바랐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의미한 삶의 회의로 절망적인 나날을 근근이 이어가던 내가 다시금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은 오직 변함없이 나를 믿고 사랑해주신 부모님과 그리고 부처님과의 만남이었다.

암울한 현실과 괴로움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모님과 같이 다녔던 사찰들의 기억이 남아있었다. 법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집회장에 들어서 부처님을 뵙는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집회장 입구에서 엎드려 우는 나를 교도관님과 동료 불자들은 가만히 지켜봐 주었다. 지금도 그 때, 아무 일 없듯 대해주었던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민망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게 울고 나니 가슴 속 묵은 때가 씻긴 것 같은 시원함에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겼다. 집회시간 내내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만을 바라봤던 기억이 새롭다.

그날, 스님의 법문은 ‘방하착’이라는 생소한 말씀이셨다. ‘내려놓으라’는 스님의 설법을 들으니 몇 가지 자각했던 점이 있었다. 지금 느끼는 모든 행복과 불행이 모두 다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었다. 죽을 것만 같은 십오척 담장 안에서의 구속된 삶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아주 작은 부분을 깨닫고 난 뒤 불교공부를 하게 되면서 부족했던 모습들이 주마등 같이 지나갔다. 당시는 몰랐던 오만한 언행과 모자랐던 생각들이 모두 다 내가 책임지고 살아가야할 업임을 알았다. 알게 되니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많이 늦었지만 진심으로 참회하고 나도 모르게 쌓이는 헛된 욕심과 이기심을 비우고 내려놓으면서 자신을 바꿔야한다고 결심하고 결심했다. 또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을 때는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불자로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부처님을 더 알고 싶고 불법을 더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갈 즈음, 한 가지 더 결심했다. 108배를 매일 아침 해보기로 했다. 우선 방에 같이 계신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료불자에게 얻은 부처님 사진을 머리맡에 모셨다. 기상시간보다 30분 먼저 일어나서 108배를 드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이해해 주시는 방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했다. 고마움에 화장실 청소는 전담해서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 일주일만 해보자고 했던 108배와 화장실 청소는 이제 5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불법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불심도 약했다. 열정만으로 멋도 모르고 시작했던 초심을 되새겨보면 지금 이렇게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산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다. 매일 108배를 하면서 화장실 청소도 전담하지만 아침시간만은 오롯이 부처님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어 더없이 고맙다. 수용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이 있지만….

부처님과 불법에 대한 믿음이 깊어질 무렵 청주직업훈련교도소로 이송을 가게 됐다. 2년 과정의 ‘자동차정비산업기사 1급’ 훈련생으로 지원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되어 기술 이감을 간 것이다. 나름 열심히 기술을 연마해서 2년 동안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이어서 ‘CAD’(1년 과정) 훈련생 과정도 이수하여 시험에 합격했고 ‘지게차 면허증’도 취득했다. 그 과정 중 2014년에는 청주교도소장상, 2016년에는 여주교도소장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낮에는 작업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 시간을 내서 독학사(국어국문학)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재분류 심사도 통과해서 2급 모범수로 승급되어 여주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남들은 이상하게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다르다. 이 모든 것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미망에서 깨어나 스스로 지은 업장을 참회하여 용맹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고, 가슴속 깊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아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불어 부모님께 효도는커녕 대못을 박아드린 불효자로서 이곳에서나마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작은 소망도 컸다.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모를 리 없지만 그 연속선을 연·월·일로 나누어 놓은 것은 인간의 지혜 중 으뜸이지 싶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10년여의 여정을 이런 핑계, 저런 희망으로 견딜 수 있었으니까.

이제 곧 사회로 복귀할 날이 다가온다. 적지 않은 시간을 격리되어 살아온 까닭에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세상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서 참으로 값진 삶의 본질을 배우고 있다. 비록 험한 곳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참고 인내하고, 배려하고, 나와 다른 부분이 틀렸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법정 스님의 여러 말씀 중에 특히 감명 받은 글귀가 있다. 법정 스님께서는 연못의 연잎들이 빗방울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을 보시고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비워버린다”고 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씀이었다. 만약 연잎이 욕심에 더 많은 물을 담으려 했다면 줄기가 꺾어져 버렸을 것이다. 세상은 결코 혼자 잘나서는 살 수 없으며, 내 욕심만을 채우려하지 않고 서로 나누고 도울 때 참 행복을 얻는 것임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로 인해서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서 공동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됐다. 그 속에서 부처님의 말씀대로 부모님의 바람대로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정화되고 싶다. 그래서 새로 거듭난 사람으로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바람을 가져본다.

유수와 같은 시간이 반갑고 기대감을 준다. 반면 그 흘러간 세월만큼 주름을 더해 가시고 허리가 굽어지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조급해진다.

매일 새벽 108배를 부처님 전에 올리면서 그저 한 가지를 서원한다. 조건 없는 내리사랑을 보여주신 부모님이 자식을 보며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으실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시간을 남겨주시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드릴 뿐이다. 앞으로도 이곳의 다짐을 절대 잊지 않고 탐·진·치와 헛된 망상, 번뇌와 업장을 비우고 올바른 부처님의 제자, 불교인이 될 것이다.

밖에 있을 땐 돈 많이 벌어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봉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남에게 내어주는 행위라는 것을 이곳을 찾아주시는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배웠다. 미약하나마나 남을 돕고 사는 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신하고 싶다.

다시 한 번 발원한다. 희망과 꿈은 깊은 자아성찰과 반성과 후회 속에서 태어난다고 믿는다. 절치부심과 후회를 희망으로, 잘못된 과거를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시금석으로 삼겠다. 부처님은 다른 한쪽 문을 열어 놓지 않으시고는 절대로 다른 쪽 문은 닫지 않으신다. 인생은 삶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부처님의 미소가 이끌어 주시리라. ‘방하착’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자신을 깨끗하게 정화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108배를 올린다. 화장실을 청소한다. 마음이 깨끗하게 씻긴다.

문득, 창틈으로 하늘을 보니 어느새 길어지는 해가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그윽한 향 내음이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두 손을 정성껏 모아본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삼보님께 귀의합니다.

[1440호 / 2018년 5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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