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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축조한 한국불교 대표 ‘큰법당’

  • 문화
  • 입력 2018.05.16 09:49
  • 수정 2018.05.16 11:04
  • 댓글 1

윤길중 사진작가, 6월2일까지
서울 류가헌1관서 전시회 열어
전각이 갖는 아름다움 집중토록
초상사진 같이 주변 풍광 격리

천년고찰 대부분은 솔향기 그득한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존재하는 산사의 중심에 큰법당이 있다. 도량의 제일 중심이 되는 전각이다 보니 사중 여러 공간 중에 가장 공을 들이고 멋을 부린 건축물이기도 하다.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어떤 부처님을 모시느냐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 윤길중 作 ‘의성 대곡사’.
사진작가 윤길중씨가 그동안 카메라 앵글에 담아온 ‘큰법당’을 주제로 전시회를 갖는다. 자유분방한 형식미의 십층석탑을 앞세우고 단정히 서있는 대곡사, 면석마다 연판을 정교하게 조각한 석조기단을 나래처럼 펼친 통도사…. 서울 청운동 류가헌 1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도량의 큰법당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역사와 함께해온 전통사찰은 전국 1000여 곳에 달한다. 그 가운데 똑같은 모습의 절집과 큰법당은 단 한 곳도 없다. 하지만 목조양식이라 보존이 어려운데다 화재로 소실되기도 하고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건물들을 해체·수리하면서 조금씩 원형을 잃기도 했다. 윤길중 작가가 이 땅 전통사찰의 ‘큰법당’을 작업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그는 현재 시점의 초상을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전각의 모습을 담아왔다.

사찰의 역사를 공부하고, 원형이 잘 유지된 곳을 선정해 확인하는 등의 사전작업에만 4년여의 시간을 쏟았다. 작품을 위해 강화에서 제주까지 다녀간 사찰만 260곳이 넘는다. 내장사 등 아름다운 고찰들이 화재로 소실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의 마음도 조급해졌다. 인파가 몰리는 때를 피해 추운 겨울이나 궂은 날, 처마 밑에 그림자가 지지 않는 특정한 시간대만을 골라 찾았다. 그렇게 피해가도 현수막이나 연등 등 장애가 있으면 발걸음을 돌려야 했으니, 오고간 횟수는 기록한 사찰의 수를 훨씬 상회한다.

▲ 윤길중 作 ‘보은 법주사’
촬영한 후에는 초상사진과 같이 피사체가 돋보이도록 큰법당을 주변 풍광과 격리시켰다. 건물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주변부를 컴퓨터작업으로 지워냈다. 처마 끝 풍경에 매달린 작은 물고기 하나의 윤곽선도 왜곡이 없어야 했다. 원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배경을 지우고 형태 그대로의 윤곽선을 오려내는 과정은 또 하나의 작업이었다. 법당 앞 백일홍 나무가 서 있는 위봉사 큰법당은 윤곽을 오리는 데만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지난한 여정을 거쳐, 기존의 절집 사진들과는 확연히 다른 윤 작가만의 ‘큰법당’으로 완성됐다. 사진작가 윤길중이 사진을 매개로 오로지 자신의 심미안과 노력으로 축조한 이 땅의 ‘큰법당’이다.

“하늘을 빼고 구름을 지웠다. 멀리 고찰을 감싸고 있는 산등성이들과 가까운 나무들을 없앴다. 주변의 그림자까지 지우자, 이윽고 날렵한 용머리와 천년 풍상을 흐트러짐 없이 견뎌온 전각의 선들이 드러났다. 섬세하게 양각된 단청들의 형태와 색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덤벙주초 위 배흘림기둥, 기둥에 걸린 주련, 그 사이 낱낱의 문창살마다에서 거북, 두루미, 개구리가 튀고 연꽃과 모란이 피었다. 처마 밑에는 이름을 새긴 현판이 부처 이마의 영안처럼 정 가운데 또렷이 찍혔다. 이 땅 절집들이 가장 큰 부처인 본존불을 모시는 곳, 오롯한 ‘큰법당’의 얼굴이다.”

한편 류가헌의 사진책 전시 지원전으로 마련된 윤길중 사진전 ‘큰법당’은 6월2일까지 계속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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