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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종매체’가 미투 제보자 신상 먼저 공개

  • 기자칼럼
  • 입력 2018.05.18 20:31
  • 수정 2018.06.04 09:36
  • 댓글 23

[기자칼럼] 권오영 기자

“2차 가해” 운운은 어불성설
기자회견 자료 무분별 게재
법보신문, 익명처리 했을 뿐
제보자 신상공개한 사실 없어
성폭력 피해자에 2차 가해는
법진 이사장 성추행 피해자에
문자 보낸 불교닷컴 해당될 듯

‘현응 스님의 미투 제보자 알고 보니 선학원 전 직원’이라는 법보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조계종으로부터 해종매체로 지정된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이 법보신문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들 주장은 “법보신문이 현응 스님에 대한 ‘미투’사건을 보도하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신상을 공개했고, 이는 2차 가해”라는 것이다.

때를 같이해 성평등불교연대도 5월18일 성명을 내고 “법보신문의 보도가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편파보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아직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입증하려는 듯한 편파보도를 중지할 것과 피해자의 신상을 노출하는 2차 피해를 당장 멈출 것”을 법보신문에 요구했다.

물론 최근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PD수첩의 의혹보도만 가지고도 특정인의 ‘참회와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이들이 법보신문 보도에 대해 ‘편파보도’ 운운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5월1일 기자회견에서 배포된 '방송중지요청서'를 별도의 확인도 없이 게재하면서 미투제보자의 신상을 공개한 불교포커스 홈페이지 기사부분.

사실 ‘현응 스님 미투 제보자’의 신상정보가 최초로 유포된 것은 법보신문이 아니라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에 의해서였다. 일부 단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매체가 2차 가해자인 셈이다.

 

현응 스님은 5월1일 PD수첩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내용이 사실일 경우 승복을 벗겠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스님은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해명을 담은 ‘방송중지요청서’도 공개했다. 방송중지요청서는 현응 스님이 자신의 의혹과 관련한 해명을 담은 것으로 서울서부법원에 제출된 것이었다. 스님은 ‘방송중지요청서’에서 “이번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사건의 실체와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 전 편집장의 문자내용을 공개하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현응 스님은 MBC PD수첩에서 인터뷰한 여성의 신상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공개했다. 특히 “(PD수첩)에 나오는 가명의 여성은 본인이 성명불상자를 고소한 이후 해인사쪽 승려와 신도들로부터 받은 제보를 통해 파악한 신아무개로 추정된다”며 “이 여성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선학원의 직원으로 재직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현응 스님의 ‘방송중지요청서’는 법원에 제출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신뢰를 갖는 것이긴 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과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 때문에 법보신문을 비롯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느 언론도 ‘방송중지요청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던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은 어떤 경로로 이 자료를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응 스님 기자회견 직후인 이날 오후 1시경 ‘방송중지요청서’의 전문을 나란히 게재했다. 법보신문을 겨냥해 ‘2차 가해’를 운운할 정도라면 현응 스님의 ‘방송중지요청서’에 담긴 ‘미투 제보자’의 신상을 가리거나 삭제해야 했지만 이들 매체는 이를 여과 없이 노출했다. 이들 매체가 어떻게 자료를 입수했고 어떤 근거로 ‘신씨’의 신상을 공개했는지 밝혀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법보신문이 ‘신씨’에 대해 보도한 것은 이들 매체가 ‘신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지 보름이 지나서였다. 이는 충분한 검증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법보신문은 현응 스님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김종만 전 불교저널 편집장을 취재했고, 그 과정에서 “최초 현응 스님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선학원 법진 이사장”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해인사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PD수첩에 출연한 여성의 진술 가운데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일부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소식에 밝은 소식통에 의해 조사 결과 해당여성이 선학원 직원이었던 사실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절차를 거쳐 법보신문은 5월16일 ‘현응 스님 미투 제보자는 선학원 전 직원’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다만 미투 제보자의 신원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신모씨’라는 익명을 사용했다. 이는 일반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익명처리 기법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피해자 신상정보 공개’ ‘2차 가해’를 운운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읽히기 십상이다.

 

▲ 5월1일 기자회견에서 배포된 '방송중지요청서'를 별도의 확인도 없이 게재하면서 미투제보자의 신상을 공개한 불교닷컴 홈페이지 기사부분.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불교닷컴 대표 이석만씨 사례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이씨는 지난 2016년 12월 선학원 법진 이사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자, 피해여성에게 ‘사실확인을 한다’며 전화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다. 특히 이씨는 문자에서 법진 이사장의 주장을 인용하며 “(목적지로 가는 동안) 거부표시를 할 시간이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냐? 수치심을 뒤늦게 표시한 이유가 있는지, 모텔에 들어가자고 강제로 권유하는 등 압박이 있었느냐?”는 등을 물었다. 피해여성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씨는 “기자로서 취재를 위한 질의자체가 2차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소한 사건에 대해 사실여부를 묻는 것은 기자의 의무”라고 항변했다.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여부를 캐묻는 것이 ‘기자의 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토록 ‘기자 의무’를 따진다는 이씨가 법진 이사장의 사례와 달리 유독 현응 스님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려 않는지 의문이다.

법보신문을 겨냥해 “아직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입증하려는 듯한 편파보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성평등불교연대도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행보와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성평등불교연대는 PD수첩이 방송된 직후인 5월3일 성명을 발표하고 “총무원장과 교육원장이 스스로 작금의 사태에 대한 참회와 책임을 질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그것만이 종단과 불교사에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PD수첩의 의혹만 제기됐을 뿐 설정 스님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현응 스님 사건 역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느 것도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총무원장과 교육원장의 ‘참회’ ‘책임’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그들 논리대로라면 ‘기정사실화’ ‘편파’로 해석될 수 있다.

자신들이 미투제보자의 신상을 먼저 공개해놓고 ‘남 탓’부터 하는 불교포커스·불교닷컴과 사실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한쪽 입장을 기정사실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사실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특정인에 대해 비판부터 쏟아놓는 성평등불교연대가 놓치고 있는 것은 자기성찰이다.

 

최근 페미니즘 및 미투와 관련해 ‘피해자 중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는 최근 경찰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받은 김흥국씨 사례에서 보듯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운다면 상대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이야 제쳐놓더라도 성평등불교연대가 향후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한다면 더 이상 불교계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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