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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만난 아들 발목 부상…아이들 잘 자라나길 발원

  • 상생
  • 입력 2018.05.22 14:25
  • 수정 2018.05.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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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체육 수업 중 발목 인대가 끊어진 아들을 돌보는 최린씨.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동안 돌보지 못한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느새 자신의 어깨까지 자란 아들을 보는 최린씨는 만감이 교차한다. 12년 동안 아들을 곁에 둘 수 없었던 엄마는 구김살 없이 자란 아들에게 한없이 고맙다가도 가난을 대물림할 것만 같아 마음한구석이 무거워 진다.

네팔 결혼이주여성 최린팔모씨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딸 키워
아들은 인대 끊어져 수술 시급

네팔 출신 티베트인 이주여성 구릉 최린 팔모(34)씨는 2003년 한국에 왔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자 온 한국은 그야말로 꿈의 국가였다. 무엇이라도 해볼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어떤 고생을 해도 즐거웠다. 당시 20살 최린씨는 일도 사랑도 열심이었다. 이 때 만난 티베트인 남자친구 사이에서 아들 텐징이 태어났다. 둘다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자리잡지 못한 터라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었다. 텐징을 네팔 친정엄마에게 보낸 후 최린씨도 4년여 한국생활을 마치고 네팔로 돌아갔다.

네팔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가난했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뭐든지 해볼 수 있는 한국이 그리웠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던 최린씨는 네팔에 한국어 선생님으로 온 남편을 만났다. 한국 생활을 경험한 터라 남편과는 대화가 잘 통했다.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집으로 보내면 아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주거주지는 네팔이었다.

진주에 자리 잡은 최린씨는 청바지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물을 잔뜩 먹어 무거워진 청바지를 기계에서 꺼내고 이고 나르는 반복 노동에 팔과 허리, 어깨는 크고 작은 통증이 가실 날이 없었다. 200도가 넘는 고온의 기계 작업으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뿌연 먼지를 쉴 새 없이 일으키는 모래 공정 작업으로 호흡도 곤란했다. 몸도 마음도 의지할 곳 하나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너무나 지쳤지만 일을 쉴 수 없었기에 서울로 올라와 식당일을 시작했다.

휴식이 필요했던 그녀는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2013년 네팔에 다녀왔다. 그로부터 1년 후 예쁜 딸을 출산했다. 하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더욱 요원해져갔다. 50대 이혼남이었던 남편은 네팔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딸을 양육하는 것에 부담감을 표시했다.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한국 생활을 선택한 그녀는 친권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위자료 없이 이혼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근근히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어린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하기 어려워졌을 때 동두천 이주민 센터의 도움으로 기초수급자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어머니가 간질로 더 이상 아들을 돌봐줄 수 없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올해 초 아들까지 한국으로 와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엄마없이 자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인데 학교 체육시간에 다리를 크게 다쳐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말았어요.”

식구가 늘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려운 살림을 이끌어 갔지만 그나마도 수입으로 잡혀 최린씨 가족은 더 이상 기초수급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아들의 출입국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 출생증명서와 네팔 여권상의 생년월일이 달라 외국인등록증도 발급받지 못했다. 보험처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힘들지만 아들딸과 함께 모여살 수 있어 너무 다행이에요. 아들 다리가 나으면 동생을 돌볼 수 있고 저는 돈을 더 열심히 벌 수 있게 되겠죠. 서로 의지하면서 살겠습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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