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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관세음보살의 이름 받들면

기자명 이미령

번뇌의 불길 모두 소멸되리

만일 어떤 이가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면, 그가 혹시 큰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니 이것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때문이며, 혹은 큰 물에 떠내려가게 되더라도 그 이름을 부르면 곧 얕은 곳에 이르게 되며,『보문품』에는 불, 물, 바람, 무기, 악귀, 형벌, 도둑이라는 일곱 가지 재난을 들고 있습니다. 뭇 생명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들이지요. 그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재난입니다.

큰 불을 만나도 큰 물을 만나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이 대목에서 저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 아직까지 그런대로 평탄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저로서는 이처럼 기적같이 벌어지는 구제의 손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현들의 말씀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천태대사 지의 스님은 『관음의소』에서 불에 세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우주가 파괴될 때 즉 괴겁(壞劫)일 때 위로는 초선천에서 아래로는 지옥에 이르기까지 모두 태워버리는 과보의 불, 온갖 선근을 태워버리는 분노와 같은 악업의 불, 수행하는 사람들이 각 단계마다 부딪치는 미혹 등의 번뇌의 불입니다. 물에 대해서도 똑같은 세 종류를 들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는 순간에도, 오롯하게 수행하다 마주치고만 마장(魔障)의 순간에도 관세음보살을 소리높여 부르면 그 불길을 꺼주고 우리를 구제해준다는 설명입니다.

대은 스님은 『관음성전(觀音聖典)』에서 “(큰 불이란) 인간의 마음속 불을 말한 것이니, 이른바 ‘번뇌의 불’이다.(중략) 큰 물이란 사람의 마음 속 물을 말하는 것이니 ‘탐애의 불’이다”라고 풀이하였습니다.

큰 불과 큰 물이 마음속의 번뇌 즉 분노와 탐욕을 의미한다는 설명은 얼핏 보면 참 명쾌해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요?

두 눈 질끈 감으면 사바가 곧 극락이라는 식의 거침없는 웅변으로 좥보문품좦의 이 대목을 설명해도 좋을 것일까...

게다가 『보문품』을 조금더 읽어보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시달릴 때도 구제받는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같은 내용을 구태여 이렇게 반복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저는 법령스님의 『보문품강화』에서 좀더 피부에 와닿는 설명을 얻습니다. 즉 사람에게는 어릴 때부터 세상 모든 것은 다 불에 타기 마련이라는 관념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나 자신도 불길에 휩싸이면 타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바꾸어서 불에 타지 않는 도리를 체득할 때까지,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한다’라는 사실이 고정관념이 될 때까지 계속 관세음보살을 일심칭명해야 한다고 법령스님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불이 덮치거나 큰 물에 휩쓸리면 죽음의 두려움에 빠지고 맙니다. 평정한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물에도 사람은 해를 입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신을 무장시킬 때까지 우리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기도해야 한다고 관음행자들은 강조합니다.

불교는 더없이 세밀하고 미묘한 마음 경지를 풀어주는 고차원의 종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큰 불과 큰 물의 재난은 마음속의 불길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접 만나는 재앙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재로 보금자리가 잿더미로 변해버리고, 홍수로 인해 가족과 온 재산이 휩쓸려가는 그런 재앙…… 그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에 자꾸만 마음이 쏠립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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