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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째 ‘국수’ 보시 대각사 청년회

기자명 주영미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국수 들고 웃는 얼굴, 부처님 같아요”

“할머니 새치기 안 하셔도 되요.”
“넉넉히 준비했으니깐 천천히 드시고 또 드세요.”

부산 남포동 중심가에 위치한 대각사 청년회(회장 안강수) 회원들이 대각사 인근 용두산 공원에서 무의탁 노인들과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나누며 따뜻한 이웃의 정을 나누고 있다.

<사진설명>하루 1천명 분의 국수를 보시하는 대각사 청년회.

부산의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광복동 용두산 공원. 새해 첫날을 알리는 종각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집 없는 비둘기와 한끼 식사가 아쉬운 무의탁 노인들이 하루를 보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하루 1000여명의 어르신과 노숙자들이 공원을 찾지만 정작 이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는 단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대각사 청년회는 14년째 용두산 공원에서 무의탁 노인과 노숙자들을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무료 국수 공양을 해오고 있다.

일명 ‘국수 공장 돌리는 날’이라고 불리는 봉사 날에는 오전 6시 도매시장에서 각종 야채를 장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의 각종 야채와 부식을 어떻게 손질해야하나 싶어도 청년불자들의 능숙한 손놀림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갖가지 양념과 반찬으로 돌변한다. 대형 가마솥에 물을 붇고 1000여 그릇의 국수를 삶아내고 있으면 ‘국수 공장’이 따로 없다. 국수 삼기 14년. 국수 맛은 일품이다. 보통 3∼4시간에 걸쳐 국수에 들어가는 양념까지 준비하고 나면 대형 물통과 반찬통을 트럭에 싣고 용두산 공원으로 향한다. 대각사 청년회가 공원에 도착하는 11시 30분. 용두산 공원에는 소리 소문 없이 독거 노인과 노숙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몇 시간동안 공양을 준비하지만 1000여 그릇을 나눠 드리는 시간은 30분이면 끝난다. 자칫 줄이 흐트러지거나 공양이 모자라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청년회 회원들은 공양을 나누어 드릴 때는 행여나 있을 수도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대각사 청년회 초대회장이자 ‘국수공장’을 제일 처음 기획한 류상영 씨(42)는 “도심에 위치한 대각사에서 포교와 봉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용두산 공원에서 국수 공양을 대접하기 시작했다”고 봉사를 시작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류 씨는 “처음에는 국수 맛도 맛이지만 국수가 많이 남거나 너무 모자라는 경우가 발생해 분량 조절이 힘들었다”고 국수를 만들던 초창기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은 14년 동안 엄청난 양의 국수를 만들어내다 보니 웬만한 가게 잔치국수를 빰친다”고 회원들의 솜씨를 자랑했다.

대각사 청년회는 활동방향을 도심포교와 지역사회 봉사에 중점을 두고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행 단체다. 실제 국수공장에서 움직이는 30여명의 회원들은 “바쁜 일상이지만 국수 공양을 준비하기 위해 누구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이면 대각사에 모인다”고 한다. 대각사 청년회는 국수 공양 외에도 국군통합병원, 불교대학병원 등에 경정이나 책자를 보급하고, 천마재활원을 비롯한 부산시내 고아원, 양로원 시설을 찾아가며 육체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봉사를 자처해왔다.

대각사 청년회 안강수 회장은 “용두산 공원을 찾는 많은 노인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하며 “청년회에서 십시일반 회비 모아 공양을 준비하지만 재정기반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관심 있는 불자들이 지원을 부탁했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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