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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예술촌 건립 주역 청 원 스님

기자명 주영미

“현대적 창조 있어야 참다운 전통 계승”

획일화 된 예술관이 불교창작 걸림돌

대중의 정서에 맞는 불교미술 개발 주력


부산시 강서구 대저 2동엔 겉으론 초라하지만 그 속은 ‘아름다움’을 연출해 내는 강서예술촌이 있다. 두 해 전 산업화 물결을 따라 신도시로 이전한 주민들이 버리고(?) 간 폐교를 청원 스님이 석조 불상을 다듬는 석공의 마음으로 보듬고 어루만져 지금의 예술촌으로 가꾸었다.

본인 스스로도 불교 미술과 조각을 전공한 청원 스님(46·사진·불국사 기획실장)이 예술촌을 만들게 된 목적은 지극히 소박했다. 예술인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바로 그 목적이었다. 도예를 비롯한 서예, 소조 등을 통해 우리 전통의 문화를 지키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창조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예술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부대끼며 정진하고 싶었다. 예술인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주제를 갖고, 행여 다른 주제라도 창작하고 연출하다 보면 분명 불교 문화·예술의 발전에 동력이 될 수 있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렇게 스님의 원력이 현실로 나타난 곳이 바로 부산 강서예술촌. 이곳은 청원 스님을 비롯한 불자 예술인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부산·경남 지역의 불자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문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나무를 다듬어 자신의 얼굴을 닮은 목불상을 만들어 보고 그 모양은 엉망이지만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서체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예술이요, 생각처럼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일상과 늘 숨쉬고 있어요. 불자들은 가까운 절에 자주 가기 때문에 늘 예술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강서예술촌은 문화·예술 활동의 눈높이를 일반인들의 그것에 맞추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2001년 폐교 이용해 설립

전문가 수준이 아닌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강서예술촌의 얼굴이다. 지역 주민이 사색하고 문화적인 체험을 하고 싶을 때 이웃집처럼 들를 수도 있다. 주말이면 아들과 딸, 엄마, 아빠 등 한 가족이 함께 와 각자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감성을 분출하기도 한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런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강서예술촌이 지금의 모습으로, 그러니까 폐교의 모습을 벗고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는 정감어린 예술촌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동력은 ‘청원 스님과 강서예술인들의 화합과 조화’였다. 폐교의 때를 걷어내는 일에서부터 예술촌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알차게 하기 위해 도예, 서예, 조각, 소조,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예술인을 예술촌에 입방시키는 일까지 스님과 강서예술인들은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챙겨 급기야는 늘 시민들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문화 도량을 조성한 것이다. 작업실을 만들고 80여 평 규모의 갤러리와 사무실, 시민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휴식공간도 마련하면서 스산함과 썰렁함만 남아 있던 1500여 평 폐교는 산뜻한 예술촌으로 거듭났다.


예술인 작업-전시공간 정착

예술촌은 올해로 벌써 두 살 바기가 됐다. 두 살 바기 예술촌은 2대 촌장인 사진작가 강세우 씨가 이끌고 있으나 청원 스님의 도우미(?) 역할과 재정적 후원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7월 15일까지 개원 2주년을 기념하는 다구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도예교실, 서예교실 등 우리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일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원 초기는 예술촌의 설립자인 청원 스님과 강서예술인들이 주인이었으나 시나브로 이곳을 애용하는 불자들과 시민들이 촌장이 되고 주인이 된 것이다. 개원 2주년 만에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으니 수치로 계산하면 지난 2년간 매일 40∼50여명이 이 곳을 들른 셈이다. 강서 예술촌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예술촌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청원 스님은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조각과 겸임교수 소임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진력하고 있기도 하다.

“미술계에 불교 전문가가 적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불교미술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적습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려는 사람도 적다 보니 자연스레 불교 미술의 대중화가 어렵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스님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불교문화를 현대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최소한 1년에 하나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시작된 스님의 고민은 결국 관상 장식품의 개금, 개체 방법과 불상의 개금 및 개체 방법 개발로 이어졌다. 입체감과 생동감, 거기에 인간미까지 넘치는 부처님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개금법의 개발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스님은 이를 특허청에서 등록했고, 일봉식, 사봉식 실내 연등’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특허’라는 용어자체가 불교 집안에서는 아주 낯설지만 교단 내에 특허나 저작권이 인정될 때 창작이 활성화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불교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불교미술 발전 초석 다지는게 꿈

“지금까지 우리 불교예술인들이 창조와 개발을 외면해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술인을 타박하기에 앞서 창작열을 북돋울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스님이 개발한 개금방식과 연등은 전문가들로부터 정적이면서도 편안한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각 사찰에서 이 방법을 활용했다. 스님은 한 걸음 나아가 순천 송광사, 서울 안국사, 비구니회관, 동국대기숙사 법당, 불국사 문화회관 등 화제가 됐던 법당들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기도 했다.

스님은 ‘전문 기술직을 익히면 등록금을 일부만 내면 된다’는 이유로중학교 2학년 때 조각을 배우면서 처음 불교를 접했다. 26세 때 출가한 스님은 조각인으로, 수행자로 한국불교문화를 꾸준히 정진했고 1984년에는 문화재 수리 기능자 조각공 713호로 등록됐다.

교수님으로, 강서예술촌 설립자로, 불국사 기획실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는 스님은 “순수하고 인간적이며 대중적인 불교를 예술로 표현하고 싶다”며 한국 불교미술에서 획일화되고 고정된 불교문화 역사를 재조명해 불교미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피력했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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