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기자 웹 캐더린이 본 '한국의 산사'
AFP기자 웹 캐더린이 본 '한국의 산사'
  • 법보신문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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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에 대한 나의 느낌은 그림을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나는 길을 물어물어 기차를 타고 또 택시를 타고 그곳에 갔다. 그곳에 당도한 나는 `과연 예상했던 대로 좋은 곳이로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지리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안개를 머금은 검푸른 구름들, 눈물들, 역사… 그리고 거기… 작은 절, 그리고 가까이 논에서 쟁기를 끌고 있는 작고 누런 황소까지도 품에 안은채. "성수기는 일본사람들이 많이 와요."
택시 운전기사가 말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비수기였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는 스님의 훈계 한마디. 속세에서 맞이하는 아침들과… 실상사의 작은 산신각에서(본전보다 더 영험있고 더 오래되었을 지도 모르지만) 올려지는 기도들과의 간격은… 저 산들만큼이나 거대하리라. 그 작은 산신각은 내가 굳이 찾으려하지 않았는데도 안개에 덮힌 봉우리들 속에서 홀로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따금 그 높은 봉우리들 쪽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깊은 봉우리들 사이 깊이 패인 골짜기에 울려 벌떼가 웅웅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실상사 일주문은 이쪽에서 저쪽을, 또 저쪽에서 이쪽을 볼 수 있는 선문이리라. 그리고 벽에 얼어붙은듯 서 있는 한국의 '사천왕상'. 그들은 인도 갠지스강을 위한 복장이 아니라, 이 땅에서, 그리고 이 산들에서 고타마 싯다르타를 지키기 위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절에서 올려지는 기도소리를 들으며 방황하는 내 영혼은 낮도 없고, 밤도 없고, 요일도 없는 그들만의 시공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아뿔사! 하필 이 시간에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다니… 와르르…

순간 고요가 싹가시고, 시간이 다시 나타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들이 오가고… 귀경길. 배웅이라도 하듯 간간이 들려오는 바라나시 북소리.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성지 가운데 하나-역자주.


◇웹 캐더린(Webb Catheine)

1943년 뉴질랜드 출생.

◆호주 혼스 맬버른대학교에서 상징논리학 전공(문학사)

◆저서:「1971년 저편에서」

◆수상 경력: 로마교황청이 수여하는 전쟁보도에 대한 평화훈장(1971년).호주 정부가 수여하는 종군 훈장(1995년).

◆언론 근무경력: 시드니 미러 1964-66년, UPI 1967-77년, 프리랜서 1978-84년, AFP 1985-현재

◆취지재역: 베트남(남), 캄보디아, 미국, 홍콩, 인도네시아, 타일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스리랑카,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부가 담당 지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뉴 칼레도니아.

◆전쟁시 종군했던 지역: 미국, 베트남(남), 캄보디아(론놀), 필리핀, 러시아(아프가니스탄), 이집트(걸프), 베트남(북).

◆종군했던 게릴라 군대: 무자헤딘, 타밀 타이거즈, 베트콩, 모로 해방전선, 이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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