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고향 사람들의 오늘
부처님 고향 사람들의 오늘
  • 남배현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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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의 걸음걸이까지도 닮으려 룸비니를 거닌다”
불기 2544년 부처님오신날(5월 11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부처님이 탄생한 네팔왕국 룸니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은 어떨까. 〈법보신문〉은 부처님의 고향 사람들이 어떻게 봉축을 맞이하고 있고 일상 신행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 보았다. 힌두력 바이샤카월 보름날인 5월 18일 올 봉축 행사를 갖는 현지 주민들의 표정을 전한다. <편집자>

“붓담 사라미 가차미(歸依佛)
담맘 사라미 가차미(歸依法)
상감 사라미 가차미(歸依僧)”

고타마 싯타르타가 태어난 곳 네팔 룸비니에서 어린이들이 놀이를 할 때 신명나게 부르는 찬불가 소리다. 보리수 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슬치기나 공기돌 놀이를 할 때도, 널다란 공터에서 고무줄 놀이를 할 때도 찬불가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싯타르타가 태어난지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룸비니 곳곳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배어있다는 증거일게다.

룸비니 동산 관리인 나르감사히(52)-푸스파사히(37) 부부와 그의 아들 니라즈사히(19), 아니자사히(16) 등 일가족은 5월 4일 한국 사찰인 대성 석가사를 찾았다. 특별히 날을 정해 놓고 이 절에 들르는 것은 아니지만 나르감사히-푸스파사히 부부는 이 곳에 자주 온다. 가족의 건강을 빌고 안위를 바라는 것이 기도 내용의 전부이지만 기도 끝자락이 되면 룸비니를 품고 있는 네팔 루판데히(Rupandehi)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석가사 주지 법신 스님에 따르면 부처님의 고향 사람들은 우리나라 불자와 같이 정해 놓은 의식에 따르거나 정규 법회 시간에 맞춰 신행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사찰을 찾아 기도하고 서원한다는 것이다. 이날 나르감사히-푸스파사히 부부는 가출한 이웃의 소녀가 돌아오기를 발원했다.

일상 생활 하나하나에 수행자의 습관이 스며있는 룸비니. 이 곳에선 선정 삼매에 든 부처님의 모습을 따르려는 수행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싯타르타의 어머니 마야데비 부인이 출산한 후 몸을 깨끗이 닦았다는 싯타르타 연못 주위 사라수 밑이나, 밋밋한 야산의 숲 언저리 공터엔 어김없이 허름한 옷차림의 납자가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부처님의 숨쉬는 모습에서부터 걸음 걸이까지도 닮으려는 듯 3∼4시간 이상 참선 삼매에 들기도 하고 지긋이 눈을 감고 행선을 하기도 한다.

42℃가 넘는 인도 남부 지역과는 달리 25℃의 선선한 기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즈음, 룸비니 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해가 뜨기 직전인 오전 5시 시작된다. 매일 아침마다 목욕과 함께 빼놓지 않고 하는 첫 일과는 각 가정에 봉안되어 있는 불상이나 힌두신 앞에서 기도하는 것. 90%이상의 네팔인들이 힌두교를 믿고 있지만 불교와 융화된 힌두교라는 게 더 정확하다. 석가모니 부처님 역시 네팔인들은 자신들이 받들고 숭배하는 힌두신 중의 하나로 여긴다.

부처님이 탄생한 곳이면서도 힌두교를 국교로 신봉하고 있는 네팔의 룸비니에서도 부처님 탄생일을 가장 큰 명절로 여겨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실시한다. 힌두력 바이샤카월 보름날이 그날이다. 올 봉축 행사는 5월 18일 봉행된다. 미얀마를 비롯한 베트남,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불교 국가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의 여러나라 불자 1만여 명이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룸비니 동산에 모일 것이다.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날 전야행사를 치르는 이들은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 동산 주위에 테트나 천막을 치고 앉아 맨 땅에서 발원할 게다. “가족들 모두가 건강하고 한 해 농사일 잘 되게 해 달라”고.

전야 행사 최고조는 다양한 불교 문화가 어우러지는 한 밤중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제등행렬을 실시하진 않지만 연극과 찬불가 경연, 더운 지방 사람들의 절제된 음악 등 그들만의 표현방식으로 부처님 오심을 기뻐한다.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둔 이 지역 주민들은 그날이 오면 “절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즐거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는 못하지만 부처님의 품성을 이어받은 룸비니 사람들. 그들은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고된 농사 일도 공사 현장의 노동의 어려움도 웃어 넘기는 여유를 갖고 있는 듯 했다. 부처님오신날 전야 행사가 시작되는 5월 17일 저녁 7시 룸비니 사람들은 부처님 탄생성지인 동산으로 향할 것이다. 한 밤 12시까지 전야 행사에 참석하고 다음날 10시 룸비니 동산에 있는 사찰에서 합동 법회를 갖기 위해.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룸비니 역사

1896년 독일의 고고학자 휘러가 룸비니 츄리아 구역의 언덕을 배회하다 부처님이 탄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아쇼카 대왕의 석주를 발견한 뒤 이 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탑들과 승원, 불교 유물 등을 발굴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1958년 제4차 세계불교도대회에서 이 곳을 방문한 네팔 마헨드라 국왕은 부처님 탄생성지인 이 곳의 개발을 위한 성금을 출연했다. 1967년 유엔 사무총장 우탄트는 룸비니를 방문, 국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불교 성지 룸비니의 종합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룸비니 개발을 위한 룸비니개발위원회가 발족되고 1972년 장기적인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이 계획에 따라 250만평에 달하는 룸비니 인근 지역이 순차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면산 대성사에서 1995년 4월부터 이 지역에 대성 석가사라는 절을 짓기 위해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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