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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문화와 불교

얼마 전에 불교계는 큰스님을 잃었다. 조계종의 종정이셨던 혜암 선사께서 열반에 드셨다. 다비식장에는 많은 조문객들이 왔다고 불교계의 신문을 비롯해 일간지와 TV 방송국 등이 소식을 전했다. 거기에는 정치계 인사들의 소식이 빠짐없이 들어있었다. 존경받을 만한 분이 돌아가셨으니 온 국민이 애도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다비식장 가득 메운 정치인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게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정당의 목적이 정권의 획득에 있듯이 정치인에게 그들 고유의 목적이 있다. 그들이 최고의 정치지도자를 목표로 삼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도 당연하다. 이 목적을 위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당사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큰스님의 다비식장에 참석하여 정치인들이 협력하여 국민을 위해 좋은 인연을 만든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종교는 종교이고 정치는 정치이다. 그 목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도 불교도들은 이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금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의 대통령의 역할은 매우 크다. 때문에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이 중요한 일을 치름에 있어 내가 믿는 종교와 같은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를 선택한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종교지도자도 아닐뿐더러 그는 자신이 신앙하는 어느 특정 종교를 대변해서도 안 된다. 나라 살림 잘 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지 종교가 같다고 뽑아서는 안 된다. 이것을 더 확장하면 지연이니 혈연이니 학연이니 하는 등등이 개입되어서는 최상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기는 어려울 것이다.

큰스님의 다비식에 참석한 많은 정치지도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인식의 바탕 하에 불교계의 존경을 받는 최고 지도자의 열반을 함께 애도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런 계기를 통해서 본인들의 참 모습이 제대로 알려져 원하는 바가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돼야



아직도 선거 날까지는 많아 남아있다. 사람들은 보통 여유가 있으면 법도 잘 지키고 예의 염치고 비교적 잘 지킨다. 그러나 다급해지고 목전에 이익이 어른거리면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일생에 한 번 오는 대권이 앞에 보이면 이성적이던 사람도 실수를 하기 쉽다. 이런 인간적인 심약한 상태를 틈타서 유권자들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그들을 유혹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그 불행이 결국은 국민들의 몫이 되어 돌아온다.



세상 어지러움 바로잡는 불교



그 어떤 종교보다도 불교는 이성적인 종교요 합리적인 종교요 자비로운 종교이다. 정치가 흔들리고 세상이 어지러워질 때에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은 종교와 교육인데, 교육과 종교가 부패하면 그 사회는 암울해진다. 흔들리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청량한 정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들이 부처가 될 수 있는 종자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종자도 잘 가꾸어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사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정치 지도자들도 예전과 달라졌고 국민들의 비판정신도 세련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욕망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쉽다. 이성의 힘을 발동시켜 욕망이 이성의 밝은 빛을 가지리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욕망을 물리치는 방법과 실천의 역사를 불교만큼 온전하게 갖춘 사상도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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