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식장 가득 메운 정치인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게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정당의 목적이 정권의 획득에 있듯이 정치인에게 그들 고유의 목적이 있다. 그들이 최고의 정치지도자를 목표로 삼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도 당연하다. 이 목적을 위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당사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큰스님의 다비식장에 참석하여 정치인들이 협력하여 국민을 위해 좋은 인연을 만든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종교는 종교이고 정치는 정치이다. 그 목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도 불교도들은 이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금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의 대통령의 역할은 매우 크다. 때문에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이 중요한 일을 치름에 있어 내가 믿는 종교와 같은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를 선택한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종교지도자도 아닐뿐더러 그는 자신이 신앙하는 어느 특정 종교를 대변해서도 안 된다. 나라 살림 잘 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지 종교가 같다고 뽑아서는 안 된다. 이것을 더 확장하면 지연이니 혈연이니 학연이니 하는 등등이 개입되어서는 최상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기는 어려울 것이다.
큰스님의 다비식에 참석한 많은 정치지도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인식의 바탕 하에 불교계의 존경을 받는 최고 지도자의 열반을 함께 애도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런 계기를 통해서 본인들의 참 모습이 제대로 알려져 원하는 바가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돼야
아직도 선거 날까지는 많아 남아있다. 사람들은 보통 여유가 있으면 법도 잘 지키고 예의 염치고 비교적 잘 지킨다. 그러나 다급해지고 목전에 이익이 어른거리면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일생에 한 번 오는 대권이 앞에 보이면 이성적이던 사람도 실수를 하기 쉽다. 이런 인간적인 심약한 상태를 틈타서 유권자들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그들을 유혹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그 불행이 결국은 국민들의 몫이 되어 돌아온다.
세상 어지러움 바로잡는 불교
그 어떤 종교보다도 불교는 이성적인 종교요 합리적인 종교요 자비로운 종교이다. 정치가 흔들리고 세상이 어지러워질 때에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은 종교와 교육인데, 교육과 종교가 부패하면 그 사회는 암울해진다. 흔들리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청량한 정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들이 부처가 될 수 있는 종자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종자도 잘 가꾸어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사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정치 지도자들도 예전과 달라졌고 국민들의 비판정신도 세련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욕망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쉽다. 이성의 힘을 발동시켜 욕망이 이성의 밝은 빛을 가지리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욕망을 물리치는 방법과 실천의 역사를 불교만큼 온전하게 갖춘 사상도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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