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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불자’불교의 힘

기자명 김형규
‘보살불교=기복불교’ 편견 이젠 깨뜨리자

등록신도-교양대학생 절대 다수가 여성

전국 25개 시민선방 입방자의 81% 차지






아줌마불교(?). 눈치를 챘겠지만 보살불교의 다른 말이다.

뻔뻔하고, 무식하고, 자기 가족만 챙기는 세속화의 전형. ‘보살불교’라는 용어는 이런 ‘아줌마’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다분히 배여 있다. 재물을 많이 모으기 위해, 자식의 대학 합격을 위해 기도를 하고 불사에 참여하는 세속화 된 기복불교의 대명사. 보살불교는 이렇듯 불교를 믿는 아줌마의 다른 표현이며, 따라서 보살불교는 아줌마불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제와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줌마의 힘이 큰 원동력이 됐으며, 오늘날 경제활동의 주체는 바로 아줌마라는 새로운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아줌마에 대한 세간의 비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성 차별적인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것.

「법보신문」은 최근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여성불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기 위한 각종 통계를 조사했다. 이름하여 ‘보살불교의 편견 벗겨내기’. 통계청의 종교인구조사와 조계종 신도 등록 현황, 전국 50여 개 불교교양대학, 시민선방,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원봉사자 현황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보살불교가 세속화된 기복불교라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전국 50여 개 불교교양대학 가운데 집계가 가능한 30여 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2002년 등록 학생 7725명 가운데 여성 불자는 64.1%인 4955명이었다. 여성 불자들이 복을 구하는 기복신앙에 치우쳐 있다는 세간의 비판과는 달리, 많은 여성 불자들이 교양대학에서 경전공부와 불교교리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전국의 25개 시민 선방에서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불자들의 성별도 여성불자들이 단연 압권이었다. 전체 4051명 가운데 80.7%인 3271명. 남성불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참선수행에도 여성 불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특히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현황에서는 여성불자와 남성불자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전체 438명 가운데 여성 불자가 402명으로 전체의 91.8%였기 때문이다. 여성 불자들이 보살행을 누구보다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현 상황이 이런데도 왜 보살불교는 세속화 된 기복불교라는 잘못된 등식이 성립된 것일까?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보살불교가 단순히 기복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계의 뿌리 깊은 편견에 기인한 것”이라며 “자원봉사와 교리공부를 하는 여성 불자들이 많아진 만큼 보살불교에 대한 평가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기복불교’에 대해서도 달리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불교가 여기까지 성장하기에는 여성불자들의 보시와 기도가 바탕이 됐다는 설명. 이승만의 정화유시로 촉발된 대처-비구 싸움, 이권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각종 종단 분규. 그럼에도 불교가 변함없는 교세를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보살의 마음’으로 불교의 상처를 감싸 않으며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여성불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박영록 충주대 교수는 최근 ‘기복불교를 말한다’(『불교평론』9호)에 대한 논평에서 “기복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기복행위를 통해 사찰의 불사와 불우이웃을 돕는 ‘공덕’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학입시 기도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는 자신이 자식에게 할 바를 다 해놓고 나머지 부분에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것인데 이를 기복이라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기복은 공덕 짓기의 일부인 작복(作福) 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통계청 인구조사(2000년 현재)에 따르면 불교 인구는 943만5346명. 이 가운데 여성 불자의 수는 58.1%이다. 또 조계종 등록 신도 23만5716명 가운데 여성 불자는 67.8%이다. 여성불자가 불교 신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동산불교대학 김재일 이사장은 “보살 불교에 대한 편견 벗겨내기, 또 이를 통해 여성 불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교계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숙제”라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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