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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무형문화재와 디지털

현대의 디지털 문화가 우리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록과 보존의 형태, 그리고 그것이 유통되는 방식을 바꾸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일한 내용을 얼마든지 복제할 수도 있으며 또 그것을 빠르게 유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문자적인 기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3차원의 영상까지 가능하며, 미래는 영상이 아니라 ‘실재’의 복사와 전송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화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포교의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기능을 갖을 수 있다. 불교계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정보는 기록문서나 유물과 같은 유형문화재 뿐만 아니라, 의식과 의례와 같은 무형문화재가 수없이 많다. 고려대장경이나 한국불교전서, 또는 한글대장경과 같이 불교계의 일각에서 기획·진행되고 있는 불교문화의 디지털화는 모두 문화유산 정보의 보존이라는 측면과 포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불교계가 이러한 문화재의 디지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주로 기록문서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불교의 무형문화 정보가 시급히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복원되어야함에도 불교계에서는 거의 방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불교의 무형문화가 시급히 정비되어야하는 이유는 무형문화가 갖는 나름대로 내적인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서책이나 유물과 같은 문화정보는 적어도 그것이 파손되지 않는 한에서 잠정적인 보존기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교의 축제나 의례, 또는 작법과 같은 것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몸짓과 소리짓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 몸짓과 소리짓은 그것을 재현할 수 있는 불교내의 기능보유자에 의해서만 전승될 수 있다. 또한 특정한 몸짓은 언어로 기술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이 몸짓과 소리짓은 동일한 기능보유자라 할지라도 유형적인 동일성만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행위는 일회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된다. 그나마 이 기능의 전승은 언제 어떻게 단절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변질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불교의 무형정보에 대한 디지털화는 시급히 서둘러야할 과제라고 본다. 언젠가 필자는 개인적인 관심에서 불교의례에 관한 영상자료를 수집하고자 했으나, 불교 종단에서 포교나 연구지원의 차원에서 제작한 것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약간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사자(死者) 신앙의례나 천도의례 등은 고사하고 세시 풍속이나 일상 신앙의례, 또는 포교용으로 제작한 사찰법도에 관한 변변한 영상자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물며 학술적인 가치를 갖는 체계적인 동영상정보는 말할 나위가 있을까. 오히려 그러한 것은 종단이나 학교에서 구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소장한 것을 찾기가 쉽고, 직접 제작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무형의 문화유산 정보는 전세계적인 근대화와 더불어 신속히 자취를 감추어가는 것 같다. 스리랑카의 패엽경 필사(筆寫)전통은 점점 젊은 스님들에 의해 거부되고 있으며, 인도 남부의 베다경 암송 전통과 그 테크닉은 점점 드믈게 나타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무형의 문화정보가 돈이 된다는 것에 일찍 눈을 뜬 서양인들은 이미 동양의 대부분의 문화유산 정보를 취득해 오히려 역수출하고 있다. 미국 상당수의 대학에는 미디어센터를 갖추고 있고 방대한 분량의 인류학적 필름을 소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것들은 복사되어 본래 그 필름의 고향인 아시아나 제3국으로 다시 판매된다. 이러한 영상자료는 현재 한국의 불교연구에서 대체로 도외시 되고 있다.

불교의 문화유산 정보, 특히 무형적 유산에 대한 정보구축은 단순한 보존의 차원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경제적이며 학술적인 차원, 또는 포교적인 차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기업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할 것이 아니라, 종단이나 연구기관 차원의 체계적인 작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비상업적인 내용도 살려야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의 충실성도 담보해야하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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