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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륭사와 몽전 구세관음

기자명 법보신문
금동대향로-구세관음은 본래 한 쌍

백제 위덕왕 아버지인 성왕 추모해 모습 재현




오랜 역사의 비밀을 찾아 진실을 밝혀낸다는 것은 흩어진 조각을 맞추는 퍼즐 게임과도 같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역사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로 모으다보면 어느새 아득한 옛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우리 곁에 펼쳐진다. 그러나 남아있는 역사의 파면들은 완벽하게 조합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남아있는 조각들이 불완전해 완벽한 짜 맞춤은 애사당초 기대하기 힘든, 불공정 게임이 역사 퍼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불완전한 자료들도 탁견을 지닌 학자들의 창조적인 해석이 개입되면 어느새 살아 숨쉬는 진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93년 부여 능산리 사지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와 일본의 일본 법륭사(法隆寺) 몽전(夢殿)에 비밀스럽게 전해지는 구세관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이 두 가지 불교문화재가 원래는 백제 성왕을 기리기 위한 성물(聖物)이었으며, 백제 땅 부여 능산리 사지에 함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제기 된 것은 동국대 김상현 교수라는 탁월한 식견을 지닌 학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교수는 99년 4월 ‘백제 위덕왕의 부왕을 위한 추복과 몽전관음’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몽전의 구세관음이 성왕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유상(遺像)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주장은 한·일 양국학자들 사이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몽전관음은 백제 양식이지만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일본 불교의 개창조인 성덕태자의 등신상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15세기 경 일본 성예(聖譽)가 쓴 성예초(聖譽抄)라는 귀중한 자료의 발견이 근거가 됐다. 성예초에는 구세음관의 성왕유상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위덕왕의 부왕 성왕을 연모하여 그 존상을 만드나니, 구세음관이 바로 이것이다(故威德王 戀慕父王 狀所造顯之尊像 卽求世觀音像是也)라는 구절이 있다. 또 이것이 성덕태자의 모습이라고 알려진 것은 성덕태자의 전생이 바로 성왕이었다는 설에 의거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몽전의 구세관음은 이러 내용을 뒷받침하듯 일반 보살상과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17.8cm라는 장신에 흩어진 머리가 어깨를 덮고 있고, 코가 유난히 큰데다, 이형의 콧수염, 관리의 신분을 표시하는 대 등을 착용하고 있다. 보살이 아닌 신분이 높은 관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몽전관음과 백제금동대향로는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주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김 교수는 백제금동향로가 발견된 능산리사지에서 창왕명사리함(昌王名舍利함)이 발견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창왕은 바로 성왕의 아들인 위덕왕으로 일본서기에 위덕왕은 억울하게 죽은 성왕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당시로는 엄청난 숫자인 100여명을 출가시켜 추복불사(追福佛事)를 하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추복불사의 장소가 바로 능산리 사지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금동대향로가 능산리사지에 모셔졌던 성왕의 구세관음 앞에 놓인 향로로 놓였을 것이라는 추론은 자연스런 것이다.

성왕은 신라군에 잡혀 노비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비운의 왕이기도 하다. 1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성왕의 모습이 찬란한 불교문화재로 화현해 한·일 양국에 남아있음이 그의 억울한 즉음에 대한 위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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