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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 경판수는 알 수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유네스코-문화재청 각각 달리 기록. 경판 일부 유실 의혹-전면조사 시급

속담에 “형 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다.

아우보다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형이 낫다는 말로 장자 중심의 오랜 유교주의 전통에서 나온 격언 아닌 격언 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장경판전과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을 보면 이 말처럼 똑 떨어지는 속담도 없는 듯 싶다.

고려 대장경은 몽골 침입이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장장 16년간에 걸쳐 만들어졌다. 오·탈자 없는 정교함과 방대함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대장경이라는 칭송을 받아냈고, 750여 년 동안 대장경은 조그만 훼손도 없이 보전해 온 장경판전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세계인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 자랑을 해 대면서 자신들은 정작 조상이 남긴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황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어떤 속담으로 표현해야 할까?

해인사 고려대장경은 바로 등잔 밑이 어두운 우리의 안일하고 무능한 문화재 정책의 현 주소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예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고려대장경의 수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학자들 사이의 의견도 분분하고, 유네스코에 보고한 내용과 문화재청의 홈페이지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 이미 수 년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정부 당국은 귀를 막고 있다.

지금까지 고려대장경과 관련해 가장 공신력 있는 기록은 일제시대 총독부에 의해 조사된 내용으로 고려대장경의 1512종 6819권에 경판수는 총 8만1258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장 최근의 조사로는 1975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서수행(현 경북대 명예교수) 교수의 연구 결과를 들 수 있는데 경판수는 총 8만1332장이며 이 가운데 중복된 92장을 빼면 정확한 숫치는 8만1240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1959년 박영수 박사는 백성욱 박사 송수기념 불교학 논문집에서 중복판 121장을 제외하고 1511종 6805권 8만1137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혼란으로 고려대장경은 장경판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에는 8만1340장으로 등록돼 있으며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8만1258장으로 기록돼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8만1137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알 수 없는 것은 문화재청의 입장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75년 자신들의 조사 의뢰해 밝혀진 서수생 교수의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일제시대 조사기록인 8만1258장을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강화 선원사에서 가져 나올 때 경판의 수를 정확히 기록하고 있는데, 8만6686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제시대 조사한 내용보다 무려 5428장이나 더 많은 숫치다. 또 후주 고승 행도 스님이 저술한 내전수함음소(內典隨函音疎)가 일제시대 고려대장경 인경본에는 남아 있으나, 현재에는 없는 것으로 밝혀져 도난 또는 이동의 의혹이 일고 있다.

광복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있는 국보인 고려대장경의 정확한 장수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고려대장경의 우수성을 자랑하기 이전에, 정확한 수량부터 파악하는 일에 전 국민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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