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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출토물들(상)

기자명 법보신문
감은사 곰방대-숭선사지서 술단지 발견

출처 알 수 없고 용도 불투명…의혹만 가중



절터를 발굴하거나, 오래된 문화재를 해체·보수 할 때 가벼운 긴장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적지나 유물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우려감이지만 긴장의 가장 큰 요인은 발굴과정이나, 해체 과정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유물들에 대한 가슴 떨리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 떨리는 순간을 문화재 발굴이나 해체·보수 과정을 노다지를 캐는 광부나, 혹은 한가지 일에 인생을 거는 승부사들의 마음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유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조성됐는지 밝혀줄 단서가 발견할 지 모른다는 부푼 기대감.

그래서 문화재 발굴이나 해체 과정은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그 뒷이야기도 풍성하다.

석가탑에 해체 보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세계 최고 목판본인 좬무구정광대다라니경좭이나 배수로 공사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된 무령왕릉의 유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좬무구정광대라니경좭은 신라가 중국보다 먼저, 그리고 더 선진적인 목판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세계에 천명했으며, 무령왕릉은 베일에 싸여 있던 화려한 백제문화의 한 단면을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됐다.

이 외에도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묵서명이나, 불상의 복장에서 발견되는 조성기, 불화에서 발견되는 화기 등은 유물의 제작 연대, 동기 등을 밝힐 수 있는 ‘지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발견된 유물들이 항상 역사적인 사실이나 유물의 제작 동기 등을 밝히는 단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궁금증이 더하거나, 단서를 찾으려는 문화재전문가들을 오리무중으로 몰아가는 황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불국사에 발견됐다고 알려진 십자가와 아기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상 형태의 돌조각, 감은사 동탑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곰방대, 충주 숭선사지에서 발굴된 알콜이 함유된 항아리(분청사기 장군), 불국사 서북쪽 빈터에 놓여있는 타원형의 석조 부재 등이 바로 이런 유물들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불국사에서 발견됐다고 알려진 십자가와 성모마리아상 형태의 돌조각은 절터에서 발견된 유물 가운데 가장 특이한 유물이다. 비록 조잡한 형태이지만 기독교에서는 이를 근거로 8세기 경 신라에 기독교가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당시 중국에 경교(네스토리우스교)가 전래됐음을 예로 들며 신라에도 경교가 널리 유행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감은사 동 탑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곰방대도 재미있기는 마찬가지다. 부처님을 사리를 모신 불탑에 어떻게 불경스럽게 곰방대가 들어갔을까? 탑이 조성된 것은 628년이고, 담배가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이 지난 17세기경. 신라시대 조성된 탑에 조선시대 유물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올해 충주 숭선사지 발굴조사에서는 고려 초기 유물들과 함께 알콜이 함유된 항아리(분청사기 장군)가 발견됐다. 꿀이 함유된 약재였을 것이라는 점잖은 설명도 있지만, 관심은 술이었을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만약 ‘술’이라면 우리는 1000년 전에 빚은 술을 절터에서 발견하는 재미있는 기록을 남기는 주역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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