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이한 출토물들(하)

기자명 법보신문
무지와 오해가 독특한 유물 낳은 원인

문화재 곳곳 권력자의 흔적 후세까지 ‘오명’


미륵사지에 남아 있는 일제 연호

절터나 오래된 문화재의 해체 복원 과정에서 나온 예기치 못한 출토물들은 관련 유물의 제작 연대와 동기, 혹은 사용 용도에 대한 실마리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해석을 어렵게 하거나, 단서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사에는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듯이, 이색적인 출토품들도 연구를 거듭하다보면 조금씩 미로같은 베일을 벗고 진실의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기도 한다.

불국사터에서 발견됐다는 십자가와 아기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은 과연 신라시대 기독교 전파의 결과물일까? 또 감은사에서 발견된 곰방대는 신라시대 이미 담배를 피웠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숭선사지에서 발견된 술 단지는 고려시대 스님들이 술을 빚어 먹은 흔적일까?

보이는 모습만을 보지 않고 “과연 그렇까” 라는 의심에 눈초리로 이들 유물을 바라보면 우리의 당혹감과 무지가 이들 유물을 특이하게 바라보게 했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숭실대에 소장돼 있는 십자가와 아기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은 신라시대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증거물로 개신교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각종 역사서와 자료에서 인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유물을 기독교를 상징하는 유물로 바라보는 것은 한마디로 불교교리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궁중유물 전시관 강순형 관장은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인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만자와 함께 사용됐던 신성한 표시”라고 밝히고 있다. 또 “아기를 안고 있는 유물은 관음보살의 33 화신 가운데 하나인 백의관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백의 관음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흰옷을 걸치고 아기의 출산과 순산을 돕는 보살이다. 성모마리상으로 알려진 유물은 기실 백의관음인 것이다.

따라서 이들 유물을 기독교 상징 유물로 판단하고 신라시대 기독교 전파를 강변하는 것은 무지가 빚은 하나의 넌센스라 할 수 있다.

또 감은사에서 나온 곰방대는 조선시대 작품임이 거의 확실하다. 감은사가 조선시대 수리됐다는 기록은 있지 않다. 그러나 곰방대와 함께 발견된 유물 중에 상평통보가 섞여 있어, 조선시대 감은사탑이 수리됐으며, 이때 곰방대가 함께 들어갔을 가능성을 짙게 풍기고 있다. 곰방대가 석탑 안에 들어간 것은 아마 석탑 수리에 동원됐던 인부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석탑에 공양하기 위해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는 이런 애교스럽고 재미있는 출토품과 달리 권력자의 횡포와 무지함이 묻어나는 흔적들도 있다. 미륵사지석탑 곳곳에 일제가 새겨놓은 흉물스런 흔적들과 올해 지난 96년 감은사 해체 복원을 하며 정부가 김영삼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수리기를 집어놓은 것이 그것이다. 일제는 1915년 미륵사지석탑을 보수하면서 일제의 힘과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해 석탑 곳곳에 대정(大正) 4년(1915년)이라는 연호를 새겨놓았다. 또 96년 당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감은사탑에 “…이러한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김영삼 대통령의 민족통일 및 역사 바로 세우기에 부합되는 것으로…”로와 같은 글귀를 새긴 수리기를 집어넣었다.

부처님에 대한 민중들의 애잔한 마음은 세련되지 못해, 성모마리아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고졸한 조각품을 남기거나, 혹은 석탑에 곰방대와 같은 앙증스런 유물을 넣어, 후세 사람들에게 상상의 즐거움을 남긴다. 그러나 권력자들이 남긴 흔적들은 후세까지 악취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