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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명문대생, 7일간 出家하다

기자명 탁효정
14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한국 스님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한국불교를 배우기 위해 한국 사찰 기행에 나섰다.

미국 조지아대학(The University of Georgis)의 최우수학생 프로그램 (Honors and Flellows Progrum oundation Fellow) 연수차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3월16일부터 23일까지 7박 8일간 한국 불교의 정신과 문화를 접했다.







조지아 대학생들의 첫 행선지는 경주 불국사. 불국사에서 이들을 처음으로 반겨준 것은 일주문 안의 사천왕상이었다. 우락부락한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는 사천왕상을 향해 장난기가 발동한 청년들은 눈을 한 번 찡긋해본다.

이들이 석굴암에 도착했을때 토함산은 안개속에 갇혀 앞사람의 그림자조차 희미했다. 하지만 미국 남부의 화창한 날씨에 익숙해있는 14명의 학생들은 석굴암의 안개낀 풍경을 오히려 즐기는 듯 했다. 석굴암에 들어섰을 때, 본존불이 모셔진 바위굴에는 잠시 침묵이 돌았다. 1200년전 부처님을 새기던 마음이, 부처님을 수호하는 금강역사의 기개가 이들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타종은 천년의 약속

경주 관광을 마치고 다음날 이들이 향한 곳은 청도 운문사. 비구니 사찰답게 고운 산세와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운문사는 바다 건너서 온 낯선 이방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먼저 대웅전에서 여러 스님들과 인사하고, 부처님께 절하는 법을 배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릎 굽혀 절하는 법을 배웠으니 잘 될리가 만무하다. 고개는 반쯤 내려가다 중단한 상태고, 눈은 아직도 스님을 쳐다보고 있다. 고두레를 하는데, 손바닥이 올라가는게 아니라 손등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으니….

스님들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손을 하늘로 올리는 의미, 이마를 땅에 붙이는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절은 내 몸 중에서 가장 높은 부분인 이마를 가장 아래로 낮춤으로써 '당신의 불성(佛性)에 경배한다'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라고. 엉터리 납자들의 폼은 빵점에 가까웠지만, 최대한 공손함과 성스러움을 몸으로 표현하려는 그들의 노력만은 만점에 가깝다는 것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참선하면서

회의 느낀적 없습니까?'

'화두는 방편일 뿐…

과정을 사랑하십시오'

은광 스님의 안내로 일행은 운문사 경내를 둘러보았다. 종루 앞을 지날 때 학생들의 인솔자인 조지아대 이향순 교수가 '학생들이 '종 치고 북 울리는 장면을 못보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고 귀뜸하자, 스님이 '천년동안 종을 울리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으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며 '그 시간에 종을 울리는 것은 우주 만물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라는 의미에서 이 종을 울리는 것'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사찰 체험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머리를 아예 삭발하고(!) 온 블레이크(Blake Doughty, 22)는 '오래된 건물과 고풍스런 분위기 속에서 이 곳의 모든 것에 질서가 있으며, 용도 또한 분명하게 느껴진다. 사찰의 경건한 분위기와 청결함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바로 그 곳에 도(道)가 있었네

질서와 양보, 서로에 대한 배려가 공존하는 운문사는 그들에게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을 위해서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스님들의 생활방식은 개인주의적 사회에서 온 그들에게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 듯 하다.

새벽 예불시간. 아직 하늘에는 달이 떠있는데, 스님의 법고 소리는 우주 만물을 깨우고 조지아 청년들의 졸린 눈을 뜨게 했다. 반야심경 독송이 끝나고 예불문에 맞춰 스님들의 108배가 이어졌다. 청년들은 스님들의 동작을 따라 하느라 정신이 없다.

70배 정도가 지나자 제대로 앉거나 서질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땅에 머리만 조아리기 바쁘다. 250여명 스님들의 절은 하나의 파도를 이루었고, 이국의 청년들도 이 물결을 타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마음은 이미 산을 넘었으나 몸은 여전히 진흙밭에 머물고 있었으니… 어쩌랴.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이어 참선시간. 화두에 대한 거창한 설명도, 좌선에 대한 세세한 지도도 없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말씀뿐이다. 학생들 또한 질문이 없다. 단지 고요함을 유지하며, 나를 생각할 뿐이다.

그 20분간의 짧은 고요함이 지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표정 속에 나타난 단호함, 평온함은 그들이 운문사의 일부가 되어 있는 듯 했다. 로빈(Robin Mcgill, 22)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깊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람은 스스로 길을 찾는 법을 안다고 했던가. 그들에게 그 고요함을 가르쳐 준 것은 운문사의 스님도, 대웅전의 석가모니불도, 지도교수도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었음을.

발우공양으로 아침을 마치고, 극락교(bridge of Nirvana)를 지나 운문승가대학 학장 명성 스님이 상주하는 죽림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3일동안 닦은 수행은 천년의 보배요, 100년동안 탐한 물건은 하루 아침에 없어집니다.'

명성 스님의 법문에 이들의 눈은 호기심과 열망으로 반짝거렸다. '불교에서는 다른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님들이 참선하면서 그것에 대해 의심과 회의를 품어본 적 없습니까?' '참선할 때 감정이 자꾸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학생들의 질문이 끝없이 쏟아졌다.

'화두에 따로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신통일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할 뿐,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하듯 화두로 목적을 이루면 그것 또한 버려야 할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이 곳에서 수행을 하는 것, 그리고 여러분들의 마음에 잡념이 이는 것 모두가 하나의 과정인 것입니다. 지금 그것을 바라보고, 사랑하십시오.'

스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곧이어 사리암으로 산행을 떠났다. 걷는 것도 앉는 것도 모두 움직이는 참선(行禪)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그들은 물소리 바람소리 하나하나에 자신을 찾기 위한 몸부림을 느끼며 산을 올랐고 그 길을 따라 내려왔다.

삼일간 운문사의 일정을 끝내고 새벽 일찍 전라도 송광사로 발길을 돌렸다. 송광사에서 영국에서 온 혜안 스님을 만나 서양인으로서 한국 승려가 된 이야기, 주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화장실을 가려다 말고 기겁을 한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로는 송광사는 승보사찰로만 유명한게 아니라, 전통적인 해우소로도 유명하다고. 결국 이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해우소를 이용했다.

내가 이 곳에 머무르는 의미

한국 불교미술의 정점 불국사 석굴암-한국 최고 비구니사찰 운문사-승보사찰 송광사까지 사찰체험으로 이들의 한국 불교기행은 막을 내렸다.

한국에서 지내는 7일간 조지아 대학에서 온 젊은이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이토록 바쁜 인생에서 멈춰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1주일이었습니다.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나에게 자기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라(Sarah Hemmings, 21)의 말에 다들 이구동성으로 동의를 표했다.



글·사진=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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