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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덕사를 살아 숨쉬게 하라

독일의 푸랑크푸르트는 세계에서 가장규모가 큰 국제도서전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푸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10월초 국제도서전이 열리는데 전세계의 출판인이 모여드는 바람에 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기간동안에는 호텔비가 오를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이 푸랑크푸르트에서 멀지 않은 마인츠라는 도시에는 ‘쿠텐베르그 인쇄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세계의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쿠텐베르그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성경을 인쇄했다”고 해서 박물관을 지어 전세계에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쿠텐베르그 보다도 훨씬 먼저 우리 나라에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찍어 낸 책이 바로 저 유명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직지심경으로 더 잘 알려진 바로 이 책은 지금 프랑스에서 점유하고 있는 중이요. 우리 나라에서는 ‘직지심경 찾기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나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세계적인 보물 직지심경을 찍어낸 곳이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던 흥덕사(興德寺)였다.

다시 말하자면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를 찍어냈던 것이며, 이 흥덕사의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라는 사실이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책의 역사’ 전시회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되었다.

그렇다면 청주의 흥덕사야말로 세계적인 인쇄문화의 발상지가 아닐 수 없고,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흥덕사지 복원사업에 착수, 1991년부터 5년에 걸쳐 고인쇄박물관을 건립하고 흥덕사 금당을 복원, 사적 315호로 지정하여 지금까지 관리해 오고 있다.

그런데 복원된 흥덕사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절감했겠지만 복원된 지금의 흥덕사는 살아있는 흥덕사가 아니라, 죽어있는 흥덕사의 박제품에 불과하다.

복원된 흥덕사는 전시용일 뿐, 살아 숨쉬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독경소리도 들리지 않고, 향내음도 없고 세상을 밝히는 촛불도 켜있지 않는 오늘의 흥덕사에는 ‘견본처럼’ 앉아계신 불상께 경배 드리기조차 송구스러울 지경이다.

불단 앞에 깔아놓은 보도블럭을 보면 신심 지극한 불자들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책문화의 발상지 흥덕사를 더 이상 저렇게 박제된 상태로 방치해 둔다면 이것은 문화국민의 수치요. 더더구나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모욕이 아닐 수 없다.

흥덕사는 살아 숨쉬게 해야 한다.

흥덕사에 다시 장중한 범종소리가 울려야 하고, 아침 저녁 예불소리가 들려야 하고 신심깊은 불자들의 독경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저 자랑스러운 직지를 만들던 조상들의 뜨거운 구도열과 지극한 불심이 다시 살아나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창안해낸 그 지혜와 슬기를 우리가 다시 이어 받아야 한다.

그리고 흥덕사는 청주라는 한 도시에 그냥 자리잡고 있었던 그저 그런 한 개 사찰이 아니라는 점을 청주시와 충청북도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흥덕사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책을 펴낸 ‘전 세계 출판 인쇄 문화의 발상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흥덕사는 살아 숨쉬어야 한다. 더 이상 박제품으로 전시 관리되어서는 안된다. 하루 빨리 운영 관리를 불교계에 맡겨 흥덕사가 옛모습을 되찾고 범종소리와 독경소리와 지극한 신심이 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주시에, 충청북도에, 우리 나라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찰, 또 하나의 명소가 태어나게 될 것이요. 그렇게 되면 청주시가 ‘세계속의 청주’로 이름을 빛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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