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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왕 같은 지도자가 그립다

곧 6.13 지방선거가 있고, 연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우리의 정치문화를 생각할 때 한해에 두 번의 선거가 국력소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뜻있는 논자들은 국회의원선거를 포함하여 세 선거를 같은 날 실시하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도 당리당략을 떠나 이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바란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선거는 각급 단위의 국민대표를 선출하는 정치행위이다. 우리의 정치체제를 공화제라 하는데, 이 체제는 국민이 그 대표자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올해 우리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원으로 뽑아야 할 것인가? 필자는 신라 제24대 진흥왕의 지도자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까 한다.

그가 법흥왕의 개혁정치를 이어받아 신라를 보다 새롭고 강하게 만든 걸출한 군주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진흥태왕’으로 불린 그는 전륜성왕을 자부하면서 화랑도를 정비하고, 국사를 편찬하였으며, 대가야 병합과 함께 한강유역과 오늘날의 북한지역까지 진출하여 영토를 세 배나 넓혔다. 43세로 극적인 생을 마치기 수년 전부터는 왕비와 더불어 출가하여 불전에 몸과 마음을 더욱 의탁하였다.

자비의 베품이 없다고 해도

유교적 이상군주로 세종대왕이 있다면, 불교적 이상군주로 진흥태왕을 들기를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진흥왕이 이처럼 뛰어난 치세를 남긴 사실은 알아도, 그것을 가능하게 한 진흥왕의 정치적 자질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진흥왕을 진흥왕이게 한 조건은 여럿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흥왕의 ‘정치적 관용’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는 정복지의 신민(新民)을 원 신라인인 구민(舊民)과 조금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였다. 그런데도 불만이 들려오면 분노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더욱 위하는 자세를 보인다. 대군주로서 이처럼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서 정치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님은, 오늘날의 우리 정치를 보아도 실감할 수 있다.

진흥왕의 광범위한 정복지에는 4기의 순수비가 세워졌는데, 그 중 마운령비와 황초령비에는 “아래로 스스로 헤아려 신구의 백성을 같이 어루만졌으나, 그럼에도 왕도의 덕화가 고루 미치지 아니 하고, 은혜의 베품이 없다고들 합니다.

이에 무자년 가을 8월에 관경을 순수하여 민심을 살펴서, 위로하고 물건을 내려 주고자 합니다”는 구절이 보인다. 잘 해주어도 은혜의 베품이 없다고들 투정하는 백성들, 이에 서운해 하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민심을 살피고 위로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진흥왕상을 볼 수 있다.

관용적 태도 절실

신민 포용정책에 불교승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진흥왕 자신의 정치적 관용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정치적 경쟁자들에 대해 쉽게 적의를 드러내면서 관용을 보이지 못 하는 오늘날의 정치지도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진흥왕을 다각적으로 벤치마킹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군주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정치가 잘못되었다는 불만을 온전히 수렴하는 관용성을 주목할 것이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재가불자들이 정치분야에서도 일익을 담당하면서 교단을 외호하려면, 이들의 육성에 대한 비전과 함께 교계의 관용적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재가불자들이 무대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용인하지 못 하는 비관용적 분위기로는 교단외호세력을 실답게 세울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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