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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 어디에 있나.

기자명 법상 스님

“마음의 처소를 들여다 보라”

마음이 허한 날이 있다. 내적으로 평화롭지 못하며 괜스레 마음이 헛헛한 그런 날. 그런 날 나는 가만히 내면의 뜰을 바라보면서 산길을 걷곤 한다. 한동안 맑은 숲길을 거닐다 보면 역시 원인 없는 마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 이유 없이 공연하게 마음이 허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 그렇게 허한 날은 이 마음이 중심을 못 잡고 어딘가 한없이 헤매다 온 것이 틀림없다.

마음은 날뛰는 원숭이와 같아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길 좋아한다. 내 마음이 내 안에 중심 잡고 딱 붙어 있어야 할 것인데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꾸 바깥으로 놀아나기를 쉬임 없이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 붙었다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가 붙었다가, 돈에 가 붙고, 명예에, 권력에, 지위에 가 붙고,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가 붙고, 대학생들은 취직에 가 붙고, 직장인들은 진급에 가 붙고, 부모가 되면 자식에 가 붙고, 욕을 얻어 먹으면 욕한 사람에게 가 붙었다가, 칭찬을 들으면 칭찬한 사람에게로 옮겨가고, 이미 지나간 과거에 가 붙기도 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에 가 붙기도 하고, 하루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귀코혀몸뜻이 세상과 접촉하는 순간 순간 우리 마음은 색성향미촉법에게로 딱 달라 붙어 꼼짝 달싹을 못 하게 된다.

그렇기에 수행자는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비추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마음 어디에 있나’ 늘 비추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이란 놈의 특성이 붙잡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 놈은 밖으로 외출만 하고 돌아오면 혼자 오지를 않고 온갖 번뇌며 애욕이며 집착꺼리를 잔뜩 짊어지고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니 늘 마음이 무거운 것. 늘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고 그러는 것이다.

내 마음이 내 안에 중심을 딱 잡지 못하고 자꾸만 다른 곳에 가 있을 때, 삶의 에너지는 조금씩 쇠잔해 갈 것이며, 중심이 없으니 헛헛한 마음만 늘어갈 것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여 중심을 잡고 있을 때, 속 뜰의 본래 향기는 조금씩 빛을 놓게 될 것이며 당당하고 떳떳한 삶의 에너지가 고동치게 될 것이다.

이 마음이 내 안에, 중심 잡고 딱 버티고 있어서 몸 있는 곳에 마음도 함께 있어야 한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늘 다른 곳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몸과 마음의 균형이 자꾸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몸에 이상이 오고 마음에도 이상이 오게 되는 것. 온갖 몸의 병이 생기는 연유도 그렇고, 마음의 병으로 고뇌하는 이유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자꾸 둘로 갈라 놓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처소(處所)를 늘 비추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마음이 오늘은 또 어디로 쏘다니는가, 어디로 다니면서 또 어떤 번뇌를 가지고 돌아올 것인가, 잘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나간 마음이라도 잘 비추어 보게 되면 들어 올 때 뭔가를 자꾸 싸가지고 들어오지 않고 다 비우고 텅 비운 채 들어올 수 있다.

마음이 원숭이처럼 한없이 날뛰더라도 우리가 내면의 눈을 환히 뜨고 늘 비추어 보게 되면 이 마음이 경계 따라 나갔다가 들어오기는 할 지언정 무거운 집착과 애욕, 소유의 짐들을 다 놓아버리고 텅 비운 채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랬을 때 이 마음은 나가고 들어옴에 걸림없이 텅 빈 마음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수행자는 늘 ‘이 마음 어디에 있나’ 하고 잘 비추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법상 스님 buda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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