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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가면 시가 보이네』 임종욱 엮음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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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이 읊은 山寺의 정취

고려·조선 당대 문인 87명의 한시 221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정치와 문화의 근저를 이뤘던 문인들과 선비들은 그들의 학문과 이념을 사찰에도 유감없이 투영하며 방대한 양의 한시를 남겼다.

"동국이상국집"을 남긴 고려중기의 문신 이규보와 고려말기의 문신이자 대표적 성리학자인 목은 이색을 비롯 조선 초기 "세조실록"을 편찬한 강희맹, 조선 중기 "동문선" 130권을 편찬한 서거정 등 역사에 문인으로 혹은 정치인으로 이름을 남긴 선비 87명의 한시 221수가 실려 있다. 수록된 한시는 대부분 사찰의 유래가 분명하며 현존하고 있는 사찰을 소재로 삼은 시들이 대부분이어서 독자의 읽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번역은 한시 고유의 맛을 비교적 잘 살리고 있으나 불교용어들이 많은 까닭에 의역도 적당히 가미돼 있다. 한글세대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한시 원문에는 우리말 독음을 달아놓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윤문된 부분도 상당 있다.

수록된 한시 중에는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진 산사의 아름다움을 읊은 작품이 단연 많다. ‘…천길 회랑은 바닷가로 이어졌고, 백층 높이 누각은 뜬 산을 둘렀도다(千步回廊延漲海 百層飛閣擁浮山)…이제현(1287~1367)의 금산사 중’ 그러나 단순히 산사의 정경만을 묘사하기보다는 산사를 둘러싼 자연의 경치를 통해 산사의 정취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명리를 한 점 먼지와 같이 여겼던 선비들은 산사를 세상의 홍진이 미치지 못한 공간으로 설정하며 청렴하고 담백한 선비의 심성을 산사에 견줘 표현하고 있다. ‘…산에 닿자 비로소 맑은 시냇물 소리 울리니, 인간 세상 온갖 시비를 빻아 날리는 구나 (到山才聽淸溪響 春破人間百是非)… 이규보(1168~1241)의 유영통사 중’ 이러한 시속에는 간혹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맞물려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져야 했던 선비들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다.

이렇듯 선비들이 남긴 한편의 시는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학의 향기 외에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 사상 등을 두루 담고 있는 작은 역사책이기도 했다. 옛 선비들의 중후한 시 세계가 전해주는 사찰의 또 다른 향취를 만끽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여회,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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