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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불교교리 - 조계종의 정체성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禪-敎-염불 고루 섞인 ‘통불교’ 조계종의 정체성

독수리의 장유유서

우연히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독수리의 삶을 그린 프로인데, 이걸 보고 한 가지 의문이 풀렸습니다. 독수리 하면, 사자가 백수의 왕이듯이, 하늘에서는 내로라 하는 존재인데, 왜 우리나라에 오는 독수리는 비실비실 거리고, 도무지 늠름한 기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이놈들의 주요 무대는 몽골의 드넓은 초원인데, 거기선 먹이를 먹는데 힘센 순서대로 먹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유행어로는 ‘짱’인 놈이 먼저 시식하시고 나서, 제2인자 급인 놈들이 가서 남은 먹이를 먹고, 힘없는 놈은 맨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청소년기의 어린 독수리들은 힘도 없고 나이도 어려서, 독수리판 장유유서(長幼有序)에 의해서 심하게는 일주일이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도, 먹이의 냄새를 맡을 자유는 부여받았지만, 입에서 살살 녹을 것만 같은, 그 달콤한 음식을 부리에 넣어볼 수조차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이민 가는 겁니다. 아마도 어린 독수리들은 “더러운 놈들, 너희들끼리 다 해 처먹어라. 나는 자유를 찾아 신천지를 개척하련다”고 말하고, 근 2천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왔을 겁니다. 허나, 이 하늘 제왕의 코리안 드림은 허망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도 배고프고, 생활에 쫓기기는 몽골의 하늘이나 매 한가지였습니다. 어린 독수리이기에 까치에게도 수모를 당하고, 게다가 한국이 독수리의 ‘킬링필드’라는 국제단체의 항의를 듣는 처지이고 보면, 독수리들은 내가 눈이 삐어도 단단히 삐었다고 하면서, 아마도 자신의 날개를 후려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한 가락 희망의 줄기가 있다면, 탈진상태의 독수리 중 일부라도 다시 살려서 공중에 날게 하는 광경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 독수리야! 멀리 멀리 잘 날라다오. 너에게서 ‘자연보호’라는 희망의 싹을 심어 보자구나.



수모로 얼룩진 한국 불교

이 프로를 다 보고서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독수리의 처지가 한국불교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거죠. 몽골평원에서 위용을 부리던 독수리나, 신라와 고려 때 문화의 중심에 서서 한국을 호령했던 불교나 같은 위치인 것 같고, 한국에 와서 온갖 수모를 겪는 독수리와 현대에 들어와서 여러 부끄러운 사건으로 얼룩진 한국불교계가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런 처지를 모면해 보려고 조계종에서는 안간힘을 써보는 것도 같은데, 그 중에 하나로 조계종의 바른 모습을 찾아보자는 학술회의가 얼마 전에 열렸습니다.



종조를 찾아서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저는 가지 못하고 다만 거기서 발표된 글만 읽어보았는데, 그 중에 조계종의 ‘종조’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글도 발표되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아주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조계종 종헌에 분명히 못박아 놓았건만, 역사학 하시는 분들이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저마다 들쑤셔서 여러 설이 분분합니다. 이걸 이번에 발표하는 선생님은 확 구조조정해서, 종조는 도의국사, 중흥조로 보조국사, 나옹, 태고로 정하자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그 동안에 벌였던 모든 논의를 다 함축하는 것이어서 거친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 이 논의에 대해 저는 찬성표를 던집니다.



조계종의 혈통

여기서 손뼉 치고 막을 내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과거의 ‘조계종’과 현재의 ‘조계종’이 이름만 같지, 실제 내용도 같은 것이냐 하는 아주 아주 골치 아픈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과거의 조계종은 선종이었습니다. 이건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론불교를 부정하고 명상만을 부르짖는 가르침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조계종은 순수한 혈통의 선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해인사수좌들이 수경 스님 방에 들어가 소란을 피운 것이 문제가 될 만큼, 선방의 수좌가 제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는 건 확실하지만, 오늘날의 조계종은 ‘순종’이 아니고 ‘잡종’입니다. 선종도 있고, 교종도 있고, 염불도 있고, 밀교적 요소도 있습니다. 아니 민간신앙적 요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만 같다고 선종에서 종조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는 조계종이 담아나가야 할 내용입니다. 그건 선종일변도가 아닐 것은 분명합니다. 탈진한 독수리가 훨훨 창공을 비행하듯이, 조계종도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현재의 지평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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