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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제전선사-제2화 대비루의 화재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항주 굴지의 부호인 소북산은 소문난 효자이다. 아무런 근심이 없는 그에게 노모가 오래도록 앓고 있어서 그것이 그의 병이기도 했다.

신의라고 소문난 의사는 원근을 가리지 않고 데려다가 노모의 병을 치료하였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 조문회의 어머니의 병을 제전선사가 낫우는 것을 본 소북산은 선사를 모시고 집으로 간다. 남루한 옷차람의 재전선사를 본 노모와 하녀가 저런 거지중이 무슨 재간이 있어서 중병을 고치겠느냐고 비웃었다. 그것은 본 선사,

"그대들은 나의 남루한 누더기를 비웃지 마시게. 선승의 옷이 헤어진것은 당연한 것. 이것이야말로 본래면목이다"하였다.

선사의 치료로 소북산의 어머니의 묶은 병이 나은 것은 물론이다. 사례로 적지 않은 돈을 내놓았으나 조문회가 사례로 드리는 은 1백량을 거절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거절을 하였다. 소북산은 술과 안주를 내어와 함께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서 선사가 유명한 영은사의 제전선사임을 안다.

소북산-스님, 이것을 인연으로 저는 스님의 신도가 되겠습니다. 아무쪼록 생각이 나시면 아무 때고 들려 주십시오. 제전-고마운 일이로다. 나는 이제 절로 돌아갑니다. 술이 잔뜩 취하여 영은사로 돌아온 선사는 대비루에 올라가 큰 대자로 네
활개를 펴고서 천지를 모르는 잠에 빠졌다. 이것을 본 감사가 제자에게 밤중에 대비루에 불을 놓아 태워 죽이라고 명한다. 불을 놓자 대비루는 순식간에 맹렬한 불길에 싸였다. 대비루가 타는 것을 보고 뛰쳐나온 대중은 "큰일이다. 풍전 화상이 누각에서 자고 있었는데 타 죽었을 것이다." 외치면서 불을 껐으나 대비루는 전소되고 말았다.

감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미친 중놈을 아무도 모르게 죽였다'고 감사가 혼자서 흡족해 하고 있을 때, 죽었어야 할 제전선사가 대웅보전앞에 나타나, "사람이 사람에게 너 죽어라 해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늘이 사람을 죽이고자 한다면 또 모르지만"하고서 가가대소하였다.

놀란 감사, 이를 갈면서 제전선사를 노려보다가 주지에게 뛰어가 "미친 중놈이 촛불을 켜고 자다가 촛불이 넘어져 대비루를 태웠습니다"했다.

주지-대비루가 탄 것은 하늘의 명이고 하늘의 뜻이다. 도제와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감사-나라에는 나라의 법이 있고 절에는 절의 청규가 있습니다. 청규를
어긴 도제를 죄를 물어 가사.장삼과 발우와 도첩을 빼앗고 절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중노릇 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주지-그것은 좀 지나친 것 같다. 그에게 대비루를 새로 짓는데 필요한 보시를 구해 오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도제를 불러 오너라.

도제가 불려왔다. 주지-네가 이 절의 청규를 지키지 않아서 대비루가 탔다. 누각을 새로 세우는데 드는 보시를 네가 구해와야 하겠다. 아마 은 1만량은 있어야 할 것이다. 네 사형 사제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자, 언제까지 마련하면 되는지
사형사제에게 물어보아라. 제전-나에게 얼마의 기간을 주겠습니까. 감사-3년은 어떤가. 그동안이면 은 1만량은 충분히 구할 수 있겠지. 제전-그것은 안됩니다. 너무 깁니다. 좀더 짧게 기간을 정하시지오. 감사-그러면 1년은 어떤가? 1년 뒤에 은 1만량을 가져와서 누각을 복원하겠는가. 제전-그것도 깁니다. 좀더 앞당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사-그러면 반년으로 하랴?

제전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뜩이나 비위가 상한 감사는 "그러면 한 달이다."하자 제전은 또 고개를 흔들었다. 속이 뒤틀릴대로 뒤틀린 감사가 "하루다. 하루! 하루 뒤에 은 1만량을 가져와야 한다"고 악을 썼다. 그러나 제전선사, "하루만에 은 1만량을 구해 올 재간이 나에게는 없습니다. 감사가 직접 구해 오시지 그래요"하고 크게 웃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중이 중재에 나서서 백일을 기한으로 정한다. 제전선사,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날부터 매일같이 서호 주변의 거리에 나가 살았다. 당시의 사람들은 제전선사가 서호에 살았다 해서 호은이라 불렀고 스스로도 그렇게 자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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