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연명백(洞然明白)

불교문화재, 암호 걷어내기

“세벌대 기단, 굴도리집, 겹처마, 오랑가구, 교살, 굴도리. 혹시 도종환 장관님, 뜻을 한번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5월2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도중 청와대 누각인 침류각(서울시유형문화재 103호) 안내판 사진을 띄워놓고 이렇게 질문했다. 암호 같은 용어들이 나열된 안내판에 대한 질책이었다. 안내판이라면 한글로 풀어쓰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연한 지적이었다.

이번 대통령의 지적은 불교계가 함께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유무형의 문화재 65%는 불교문화재이다. 그러나 불교문화재에 대한 소개는 청와대 누각의 안내문 수준과 대동소이하다.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들의 안내문은 면석, 갑석, 공포, 심포식, 공포, 귀솟음 수법, 내진고주, 포대공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즐비하다. 숱하게 절을 드나드는 불자들도 사찰 전각에 대한 소개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불상도 마찬가지다. 교각상(꼬은 다리 불상), 나발(소라모양 머리카락), 통견(양 어깨 감싼 가사), 편단우견(한쪽 어깨 감싼 가사) 등 풀어쓰면 금방 이해되는데도 굳이 한문 투의 용어로 쉬운 이해를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지적을 불교문화재에 대한 용어를 재정비하고 쉬운 해설의 방법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의 불교교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교류가 잦아지면 불교문화재에 대한 용어 통일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북한의 문화재 용어는 우리에 비해 훨씬 간결하다. 적조사 쇠부처, 관음사 대리석관음상 등이 대표적이다. 벽돌탑 대신 굳이 전탑(塼塔)이라 부르고, 벽돌모양 돌탑 대신 모전석탑(模塼石塔)을 찾는 어려운 용어쓰기방식은 이제 그쳐야 한다.
‘신심명’에 통연명백(洞然明白)이라는 말씀이 있다. “툭 터져 명백하다”라는 의미다. 수수께끼 같은 용어만 걷어내도 불교문화재에 대한 이해는 저절로 통연명백해 질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