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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6.04 11:37
  • 수정 2018.06.04 11:40
  • 호수 1442
  • 댓글 0

불평하던 도반 경책했던 스님
10여년 지난 일이지만 화두로
요즘세태 접하며 더욱 그리워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젊은 도반스님들이 모여서 이일저일 종단사를 얘기하였다. 이야기라 하지만 사실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도반 하나가 말했다.

‘스님들 뭐하고 있어요? 스님들이 지금 불평이나 할 위치입니까?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스님들 위치면 종단을 걱정하고 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스님들이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불평이나 하고 있으면 언제 우리 불교가 바뀌겠습니까?’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그날의 무기력함만은 긴 세월 고스란히도 넘어서 다시 내 앞을 딱 버티고 있다.

연일 중앙 언론매체에서 터져 나오는 불교이야기, 아니 정확히 말해서 종단 승려들의 놀라움을 금치 못할 비행에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아연질색하고 있다. 간간히 변명의 여지들이 들려오기는 해도 승단의 본질을 기준으로 두고 생각하면 궁색하기 이를 때 없다.

사실 잘못을 청산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파계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주장하고 정당함을 변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단 권력구조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 앞에선 모든 종도들이 한없이 무기력에 노출되고, 수많은 사람들로의 비웃음거리가 된다.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더 얄밉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불자들은 우리 불교계를 난도질하는 언론사보다 그러한 상황에서 할말도 못하는 승단의 구성원들을 더 의아하게 볼 것만 같다.

다음은 이솝 우화 이야기다. 쥐들이 모여 자신들을 괴롭히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아 경계하자고 회의를 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하는 문제에 봉착되었고 실천력 없는 쥐들의 한계를 비웃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오늘 불교의 모습은 이보다 더 아득하기만 하다. 작금의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보면 방울이 달려야 할 고양이들이 너무 많은데 방울을 달려고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미미하다. 아니다 어쩌면 목에 방울이 달린 고양이들이 마을에 나가 자기들 세상인 듯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고 있는 꼴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세상을 바로 바라보기에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다. 남들 욕하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책할 힘조차 잃어버린 오늘의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욕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속앓이를 더 잘 이해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또다시 세월은 흘러 10년이 하루같이 지나갈 것이다. 우리 앞을 지나갈 세월 앞에서 또다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봐야만 할 것일까? 지난시절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자꾸 미래 10년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자꾸 10년 전 그 도반이 던진 무심한 화두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금강의 다이아몬드를 지니고 있으면 무엇할까? 닦고 다듬을 능력이 없다면 걸리적거리는 힘겨운 돌무덤보다 못하지 않겠는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이 말조차 못하는 우리 불교의 오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자(者)’는 언제 다시 목마를 타고 우리들 앞에 나타날 것인가?

현실이 이렇듯 아득하기만 하니 무산(霧山) 오현스님께서는 출가자의 일생을 하루살이같이 여기시고 안개 깊은 산속으로 초연히 길을 나서 버렸나 보다. 오늘은 자꾸 말 없는 성자가 차라리 더 그리워진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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