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로부터 이어진 공안의 지혜 한 눈에 보다
달마로부터 이어진 공안의 지혜 한 눈에 보다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06.04 13:26
  • 호수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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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
만송 행수 편저·혜원 스님 역해
김영사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

‘벽암록(碧巖錄)’보다 100년 늦게 출간 됐음에도 이와 쌍벽을 이루는 ‘종용록(從容錄)’은 그 내용이 부드럽고 온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 모든 분야의 문헌을 총망라하고 있어 선가의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종용록’의 본래 이름은 ‘만송행수평창천동각화상송고종용암록’이다. 북송말 남송초 천동정각(1091∼1157) 선사가 옛 공안 100칙을 엄선해 공안 하나하나마다 읊은 송을 ‘천동백칙송고’라 불렀고, 이 ‘천동백칙송고’에 만송행수(1196∼1246)가 시중(示衆), 착어(着語), 평창(評唱)을 붙여 완성한 것이 ‘종용록’이다. 그래서 책은 각 칙마다 시중, 본칙, 본칙착어, 본칙평창, 송, 송의 착어, 송의 평창 순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 ‘종용록’ 탄생에 있어서 숨은 공로자는 따로 있다. 칭기즈칸의 행정비서관이었던 야율초재다. 만송 문하에서 3년간 수행하며 인가를 받았던 야율초재는 전장에서도 수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승 만송에게 일곱 차례나 편지를 띄워 ‘천동백칙송고’의 평창을 요청했고, 만송이 이를 받아들여 ‘종용록’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탄생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야율초재가 이 책을 펴낸 장본인이며 ‘종용록’ 완성의 숨은 공로자인 동시에 ‘종용록 서문’을 쓴 사람”이라고 야율초재를 칭송한다.

‘종용록’과 ‘벽암록’은 언뜻 유사한 듯 보이면서도 선에 대한 관점에서 분명 다르다. 100가지 칙의 구성에서도 선별과 배열, 각 제목이 ‘벽암록’과 궤를 달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벽암록’은 각 칙의 흐름이 무자(無字) 공안에 상응하는 것을 중심으로 나열해 칙의 제목만으로 공안이 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종용록’은 선종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듯한 각 칙의 배열형태를 보이고 있다. 제1칙이 ‘세존, 자리에 오르시다’, 제2칙이 ‘달마의 확연’, 다음 칙이 달마의 스승 반야다라에 관계되는 공안이며 선사들의 공안이 거의 연대별로 나열됐다. 또 제목은 본칙 내용에 대한 요지로 붙였다.

뿐만 아니다. ‘종용록’과 ‘벽암록’의 공안을 비교해보면, 양쪽에 동일한 칙이 29개이며 동일한 칙에 대해서도 그 해설과 송의 형태가 각각 다르다. 이는 곧 간화선과 묵조선이 서로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00년 늦게 탄생한 ‘종용록’이 ‘벽암록’에서 놓친 부분을 살뜰히 챙긴 대목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벽암록’에 없는 조주의 ‘무’자 공안이 ‘종용록’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국대 불교학부 명예교수 혜원 스님이 3년여에 걸쳐 다듬은 해설을 붙여 ‘종용록’을 한 권으로 펴냈다.
동국대 불교학부 명예교수 혜원 스님이 3년여에 걸쳐 다듬은 해설을 붙여 ‘종용록’을 한 권으로 펴냈다.

그동안 국내에서 ‘종용록’ 번역이 활발하지 못했던 데는 묵조선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는 것 외에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벽암록’이 선 이야기만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종용록’은 선은 물론이고 제자백가와 중국의 모든 분야에 걸친 문헌을 총망라해서 평창을 붙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와 고사, 민간전설까지 포함한 방대한 내용이어서 함부로 번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종용록’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와 불교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동국대 불교학부 명예교수 혜원 스님이 3년여에 걸쳐 다듬어낸 해설을 붙여 펴냈다.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으로 이름 붙인 책은 ‘종용록’의 복잡한 구조를 핵심만 추려 간단하게 정리했다. 시중, 본칙, 송만 남기고 역해자가 별도로 종합적인 해설을 달았다.

이에 따라 “선방 납자들이 공안을 참구하는데 일조하고 싶었고, 선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종용록의 경지를 보이고 싶었다”는 스님의 발원과 노력 덕분에 적은 분량임에도 책을 통해 보리달마로부터 이어진 공안의 지혜를 한 눈으로 살피고, ‘종용록’의 요지를 쉽게 읽고 파악할 수 있다. 2만1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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