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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국불교, 이 시대·사회 책임지라 ② 휴암 스님, 1987년 ‘한국불교의 새얼굴’

기자명 법보

우리 호국불교, 실은 망국불교였다

사상이 분명해야 존경심 생겨
호국 하더라도 세속과 달라야
원칙 위한 무애행은 왜 없는가

여기서 사상이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게 없다고 본다. 그것은 종교인으로서 불교인으로서, 또 종교적 입장에서 불교적 입장에서 내려지는 일정한 가치 판단이 없다는 말이다. 종교인으로서 불교인으로서, 죽어도 해야 하고 양보할 수 없다 할 종교적인 어떤 행동노선이 있어야 할 텐데, 도대체 우리에겐 그런 것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사상이 없어졌고 원칙이 사라진 것이다. 어떤 어른을 인격적으로 믿고 전망을 가지고 일해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분의 사상이 모호하여 어떻게 달라질지 그 분들의 인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 불교의 어떤 요인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원인을 철저히 한번 캐봐야 한다고 본다. 특히 종교인이라면 그의 인격에서 풍기는 행동원칙이 매서운 데 매력이 있고, 믿고 따를 수 있을 만큼 그의 사상이나 행동노선이 분명하고 탁월할 때 존경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세상에 못할 짓도 없고, 또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도 없는 불교요, 스님들인 것 같은 인상이니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불교의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래서 나는 스님들의 그 사상성 없음의 대표적인 예로서 호국불교를 들먹여본 것뿐이다.

만번 양보해서 ‘호국불교’를 수긍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불교의 ‘진리관’과 불교의 ‘가치관’에 입각한 불교로서 해야 할 ‘불교 사상적인 호국관’이 정립되어, 이런 식으로 하는 호국은 하지만 저런 식으로 하는 호국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불교의 호국하는 사상이 있어야 했을 것 아닌가? 이것은 세속의 국토방위 의무와도 다를 바 없는, 아니 그보다 더 초점도 사상도 없는 한마디로 식자들이 보면 불교는 저런 식인가하고 비웃기 좋을 만하고, 생각 있는 불교인으로서는 답답하기 알맞은 그런 ‘호국불교’아닌가?

나는 호국이라는 용어 자체부터가 비불교적인 언어로서 돼먹지 않은 것이라고 보지만 그래도 호국이라고 하려면, 불교에서 국가라는 것과 세속정치에서의 국가라는 것의 차이를 분명히 따지고 밝혀서, 불교사상과 불교정신으로 국가를 대하는 기준이 있어야했을 것이다. 그러나 냉철히 따져볼 때 그간에 해 온 우리의 호국불교라는 것은 실은 호국불교가 아니라 망국불교였다. 종교가 국가를 위하는 방법은 어디까지나 종교다운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불교다운 방법이어야 할 것이고, 그런 것을 통해 불교의 색채와 특징이 국민들의 피부에 부딪칠 수 있는 그러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이 사상아닌가?

휴암 스님

 

전 종단이 움직여 소위 ‘승군단’이라는 것을 했던 일을 생각해보자. 이것이 정말 부끄러움을 넘어서 수치스러운 짓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 조계종의 스님들이 몇이나 있었을까? 알고도 일부러 한 짓일까? 그때 무슨 난리라도 났었단 말인가? 왜 멀쩡한 백주에 그게 무슨 짓인가? 어느 보도기관이 좋은 일이라고 그것을 기사거리로 취급이나 제대로 해주었는가? 정부로서도 싫어하지는 아니했을지 몰라도 불교를 깔보았을 것이다. 그런 식의 호국이라면 어느 종교가 호국 아닌 종교가 있겠으며, 그런 식의 호국이라면 뒷골목 불량배들도 다 해본 호국 아니겠는가? 정말 답답하다.

이 모두가 그만큼 우리 불교의 스님들에게 사상성이 없었다는 것이요, 사상성이 없었다는 것은 결국 수행을 잘 못했다 할 밖에 없다. 원칙을 죽도록 고집한다고 무애의 길이 안 되는 것일까? 무엇이든지 긍정해야만 푹 쉬는 마음이 가능한 것인가? 도리어 원칙을 걸림 없이 지키는 무애는 없는 것일까? 사리를 칼날처럼 밝히는 무심은 없을까? 떳떳하지 못한 길이라면 억만금의 조건도 거부하고 차 던질 그런 걸림 없는 무애는 없을까?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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