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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허영과 병

기자명 강경구

‘메르스 사태’는 한국식 허영이 불러 온 참사

전국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대형병원에 환자 몰려 더욱 창궐
검사 권하는 대형병원 가기 보다
작은 병원서 필요한 치료 받아야

‘메르스 사태’는 3년 전 전국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다. 홍콩독감보다 사망률이 낮았지만 당시 온나라가 ‘메르스’에 칼춤을 맞은 느낌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앞으로 ‘메르스 사태’ 같은 일이 몇 번 더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사태’는 복지부의 미흡한 대처, 수준이하의 국민 위생 관념 등이 원인이다. 남을 탓하기는 쉬우나 우리가 앞으로 조심할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여기서 불교적인 해법이 분명해진다. 나 자신이 문제였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사실이 문제였다. ‘메르스 사태'에서 “내 탓이오”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정말 필요해서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큰 병원에 쫒아다녔던 것일까? 외형 지상주의에 빠져 으리으리한 겉모양만 보고 간 것은 아니었나? 하지만 큰 병원에 가서는 물건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의사와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나누어 보았는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이야기 해보았는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어보았는가? 나의 경우엔 무슨 놈의 검사가 그렇게 많은지 치료를 받은 것보다는 검사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한국은 5개 대형병원이 전국의 환자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렇게 독점 구조로 막대한 이익을 착취하면서 사회공헌은 얼마나 하고 있나?

정말 대형병원 시설이 부족해서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대형병원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허영이 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된 치료보다는 돈줄로 취급 당하면서 대형병원에 가는 이유는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동네병원이 요즈음 다시 성황을 맞이하고 있다. 불친절하고 치료보다는 비싼 검사만 하려는 탓에 환자들이 치료 잘해주는 동네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응급실에 보호자들만 들락날락하지 않았어도 메르스가 그렇게 창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당시 응급실을 돗데기 시장으로 추억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한국식 허영이 결국 ‘메르스 사태’를 촉발한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30년 전만 해도 병원 냄새 맡는 것조차도 매우 불길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왜 병원을 그렇게 장 보듯이 드나드는 것일까? 필요할 때만 최소한의 인원이 병원을 찾는 것이 정착되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은 반드시 재발할 것이다. 큰 병원 좋아하다가 큰 병 얻어오지 말고 작은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자. 겉으로 나타나는 허상에 너무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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